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여파로 팔라듐, 알루미늄, 밀 등 러시아 생산 점유율이 높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8일 한때 산출량의 40%를 러시아가 차지하는 귀금속 팔라듐 국제 가격은 8% 이상 뛰었다. 알루미늄은 4%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밀 선물 가격도 한때 9% 이상 치솟았다.
미국과 유럽이 전날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키로 하는 등 고강도 금융 제재를 부과하면서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됐다. 특히 알루미늄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강해지고 있다.
알루미늄도 공급 부족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유수의 알루미늄 생산국으로, 제재 강화로 러시아산 공급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제조 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은 지난해 중반 이후 유럽과 중국에서 심각해진 천연가스와 석탄 부족으로 인한 전력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알루미늄 생산을 한층 억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3개월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24일 한때 톤당 3480달러까지 상승했다. 2008년 7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380.15달러를 웃돈 것이다.
이외에 러시아가 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니켈은 2011년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치인 톤당 2만5000달러대에 거래되며 지난 주말 대비 3.0% 뛰었다.
곡물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한때 지난 주말 대비 77센트(9.1%) 오른 부셸당 9.202달러를 찍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으로, 특히 이집트나 터키 등으로의 수출량이 많다. 우크라이나도 밀과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이다.
안전 자산의 대명사인 금에도 다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뉴욕시장에서 금 선물 가격은 한때 지난 주말 대비 3% 오른 온스당 193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러시아는 세계 금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러시아의 알루미늄 대기업 루사르는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생산업체로, 2021년에 전 세계의 약 5.6%에 해당하는 376만 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해 유럽, 일본, 미국 등지에 수출했다.
알루미늄은 음료 캔에서 자동차까지 일상에 친숙한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가격이 오르면 폭넓은 산업에 영향을 준다. 탄소중립의 핵심인 전기자동차는 차체 경량화를 위해 대량의 알루미늄을 필요로 한다. 러시아산 원자재의 수출이 멈춘 경우에는 자동차 공급망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