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0가구 규모 공사비 2826억원
붕괴사고 후 2번째 정비사업 수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위기를 겪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행보가 무섭다. 현산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이후 2월에만 2개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에 여전히 현산의 브랜드 가치가 시장에서 공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정기총회를 열고 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전체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산은 739표(92.4%)를 얻어 경쟁자였던 코오롱글로벌을 누르고 시공권을 따냈다.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14개 동 107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2826억 원 규모다.
투표에 참여한 주민 A 씨는 “사고가 있던 당시에는 현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못을 바로잡고) 아파트를 더 신경 써서 잘 지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제시한 조건이 괜찮아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산은 오래전부터 해당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린 만큼 조합 측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광주 학동 붕괴 참사와 화정 아이파크아파트 붕괴 참사로 인한 부실 시공사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번 재건축 사업 수주가 절실했다.
현산은 조합 측에 사업촉진비로 가구당 5억 원씩 총 4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물가상승 등에도 추가 부담금이 없는 확정 공사비도 약속했다. △조합원이 정한 단지명 적용 △미분양 발생 시 100% 대물변제 △안전 보증기간 30년 보장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 또는 브랜드 리뉴얼 시 강북 최초 적용 등도 시공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외에도 현산은 자사가 맡은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에 동신아파트를 잇는 오버브릿지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성근 현산 상무는 “광주에서 있었던 불행한 사고에 관해 사과드린다”며 “이를 계기로 안전하고 튼튼한 아파트 건설을 위해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산은 지난달에만 2곳에서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여전히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로서 위상이 공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5일 현산은 경기 안양시 ‘관양 현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수주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직후라 여론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조건을 내밀어 시공권을 따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유병규 현산 대표이사는 “중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 및 현장 운영을 재점검하고 있다"며 "조합원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호소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산은 최근 광주사고 이후 매우 좋은 조건들을 제공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기업 브랜드가 한 번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브랜드 가치가 남아 있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