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대박’ 공식이 깨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금리 인상 등의 악재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IPO 시장의 열기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2월 IPO 전부 ‘따상’ 실패...금융ㆍ바이오 기업 수익률↓= 우선 ‘상장 첫날’ 효과가 사라졌다. 2월 공모주 시장에서는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을 기록한 종목이 없다. 그나마 스코넥, 아셈스, 퓨런티어 3개 기업의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되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공모가 자체도 예상 범위에 못 미치고 있다. 2월에 상장한 13개 기업 중 스팩 기업을 제외한 10개 기업에서 공모가격이 예상 범위보다 낮게 책정된 기업은 4곳이다. 보험ㆍ연금 관련 서비스업체인 인카금융서비스는 희망공모가(2만3000~2만7000원)보다 낮은 1만8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스톤브릿지벤처스도 8000원에 공모가가 결정되면서 희망공모가(9000~1만5000원)를 밑돌았다.
결국,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나래나노텍, 인카금융서비스, 바이오에프디엔씨, 스톤브릿지벤처는 상장 첫날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바이오 기업인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상장일에 공모가(2만8000원)보다 낮은 2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주 투자자라면, 상장 첫날에만 -20.7%의 손해를 입은 것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725: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스코넥만이 상장일 88.1%의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을 살펴보면, 2월 상장한 6곳의 기업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지트로닉스(-34%), 인카금융서비스(-31%), 바이오에프디엔씨(-33%), 스톤브릿지벤처스(-24%) 등이다. 특히, 금융ㆍ바이오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상장 첫날 부진한 주가 성적표가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인플레ㆍ우크라이나 위기가 발목 잡아= IPO 시장에 냉기가 흐르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월 상장한 대형 IPO인 LG에너지솔루션의 흐름이 좋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반 청약증거금으로 114조 원이 몰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LG에너지솔루션은 41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상장 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것도 IPO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요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현재 상장된 기업의 주가를 반영해 IPO를 준비하는 기업의 주가를 책정한다. 증시가 좋지 않거나 비슷한 업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면, IPO를 추진하는 기업의 공모가도 낮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부터 국내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증시는 10.56% 추락했다. 2월 들어서 1.35%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6월 말 코스피 지수가 3300선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3월 중순에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가 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크라이나 사태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증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IPO 시장도 함께 주춤할 수밖에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반기까지 주가 조정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IPO 시장은 상당히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IPO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