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만곳 넘게 문 닫아
"대선 끝나면 좀 나아지려나"
부동산 중개업계가 울상이다. 평소대로라면 봄 이사철을 맞아 학군과 신혼부부 수요로 호황을 맞을 시기지만 서울 전역에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손님의 발걸음이 뚝 끊긴 탓이다.
2일 기자가 방문한 용산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이따금 걸려오는 전화에는 하향 가격 매수를 문의하거나 싸게 나온 급매물이 있는지 묻는 얘기가 많았다.
서울 주택시장은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10월 2203건에서 12월 1126건, 올해 2월 332건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금천구와 용산구 거래량은 각 2건에 그칠 정도로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 거래 신고일이 계약 후 30일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거래량은 소폭 늘어날 수 있어도 현재 수치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구 한강로동 A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로 거래가 아예 없다”며 “대선 이후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청파동 B공인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은 매도 희망가가 낮게 소문나면 호가 하락으로 이어질까 봐 최대한 조용히 팔아 달라고 요구한다”며 “그래도 여전히 매수자의 희망 가격보다 높아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거래절벽에 중개수수료 인하정책까지 겹치면서 공인중개업소 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는 반응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부동산 중개보수 상한 요율을 최대 절반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중개보수 개편안을 시행했다. 9억 원짜리 주택을 살 때 내는 중개보수가 기존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금천구 가산동 B공인 관계자는 “이곳은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이다 보니 반값 복비 제도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중개가 잘 안 되니까 분양대행사에 취업해 안정적으로 일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중개업계에는 늦은 한파가 불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6806건으로, 2013년(1만5816건)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폐업은 1만1107건, 휴업은 862건으로 개업 대비 75.7%가 폐·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불확실한 부동산 정책 향방에 서울 아파트값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최근 세 차례 잇따른 금리 인상과 올해 초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주택 매수심리 위축이 확산했다”며 “거래절벽 현상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