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지나인제약이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잇따라 실패하고 있다. 돈줄이 막히자 대출금 연체도 이어지고 있다. 금액만 2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본업에서의 만회도 쉽지 않은 데다 신사업 진행도 불확실성이 높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가는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밀려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나인제약은 최근 잇따른 대출 원리금 연체 사실을 전했다. 작년 10월 7억 원가량을 시작으로 12월 6억여 원, 올해 들어서만 200억 원에 육박하는 연체가 발생했다. 연체 원금만 211억 원, 이자 2억 원 등 총금액은 213억 원으로 현재 지나인제약의 자기자본 대비 열배에 달한다.
지나인제약이 대출금 상환을 못 하고 연체가 발생한 것은 수차례 계획했던 자금조달 계획이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서다. 회사는 지난해 4~5월 전환사채(CB)와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준비했다. 14~16회차 CB로 조달하려던 자금이 각각 100억 원, 100억 원, 80억 원 등 총 280억 원이고 유상증자로 100억 원을 더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 측 의도와 다르게 조달 계획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최초 납입일을 앞두고 발행 일정을 연기하는 정정공시가 계속됐다. 11월 들어서는 CB 발행 대상자가 메리츠증권으로 바뀌었고 12월에는 최초 계획한 규모의 절반인 140억 원으로 발행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메리츠증권이 납입을 하지 않으면서 3건의 CB 발행이 모두 무산됐다. 유상증자 역시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진행 과정에 투자자가 변경되고 납입일이 뒤로 밀리는 등 관련한 정정공시만 15건 넘게 나왔다. 그러다 최종 인수 대상자인 사이프러스파트너스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납입을 하지 않아 미발행 처리됐다.
지나인제약이 이처럼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게 된 것은 본업에서의 사업 부진 외에 신사업으로 내세운 백신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나인제약의 본업은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 제조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연결 매출은 2017년 820억 원에서 2020년 415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2018~2019년 반짝 흑자를 냈다가 2020년 한해에만 31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에도 3분기까지 매출은 20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줄었고 영업손실은 181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과 지난해 거액의 순손실 발생으로 자본금을 까먹어 작년 반기 기준 자기자본 대비 50% 이상의 자본잠식률로 관리종목이 됐다. 이 때문에 기존 주식 20주를 1주로 병합하는 자본감소, 이른바 ‘감자’도 진행했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진 상황이다. 지나인제약은 한국백신과 일양약품, 한국유니온제약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시노팜 위탁생산을 계획했지만,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전검토를 신청한 이후 상황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백신 1, 2차 접종률은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백신 공급 역시 화이자, 모더나, 얀센에 노바백스가 추가되는 등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회사 주가는 2010년 주식시장 상장 이래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한편 지나인제약은 자금조달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