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코앞인 만큼 검찰 수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소환조사 직전에 멈춰선 상황이다. 법조계에서 조차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김 씨를 둘러싼 의혹은 검찰이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가 맡아 수사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모 씨 등 일당을 기소했다. 다만, 이후 두 달 넘게 김 씨를 부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의혹들이 제기돼 왔다. 최근 MBC는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급증하던 2010년 당시 윤 후보 장모 최은순 씨가 주식 6만 2000여 주를, 도이치모터스 임원 A 씨가 2만 5000여 주를 각각 팔았고, 검찰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같은 IP를 이용해 11초 간격으로 매도 주문을 냈고, 이 물량이 나온 지 채 1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김건희 씨가 이 물량을 모두 사들였다. 김 씨 모녀와 도이치모터스 임원이 짜고 주식을 매매한 소위 통정매매로 의심할 만한 대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2011년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에 김 씨가 자신의 이력으로 ‘현직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라는 직함을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비상근, 무보수로 홍보활동을 도운 사실과 주가조작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이고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권오수 회장 등이 2009년 12월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비정상적인 거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사건에 김 씨가 돈을 대는 소위 ‘전주’ 역할로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 후보 측은 김 씨의 신한금융투자 주식 계좌 거래 내역 일부를 공개하며 “손실만 봐서 관계를 끊었다”고 밝혔으나, 이후 DS‧대신‧미래에셋‧한화 등 증권사에 김 씨 명의의 계좌가 더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 주가조작 관여 의혹이 추가적으로 이어지면서 정치권 뿐 아니라 금융권으로도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은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거짓 해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상당수의 유권자가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와 무관한 투표를 하게 된다”며 “윤 후보 측은 김 씨의 모든 주식 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씨를 불러 이를 확인하려는 움직임 조차 보이지 않는 등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조차 ‘봐주기 수사’로 보고 있다. 김 씨가 검찰총장 출신인 윤 후보 배우자인 만큼 검찰이 저자세로 나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용건 금융감시센터장도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한 검찰 때문에 주식시장이 멍들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다만, 김 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와 판단은 대선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서도 수사 향방이 갈릴 수 있다고 봤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여러 의혹의 실체를 궁금해 하는 만큼 검찰은 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해서 관련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설령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할지라도 사건 수사는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