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스타트업과 민주주의

입력 2022-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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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산 스윙 대표

러시아 독재 정부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기사가 연일 끊이질 않는다. 필자가 운영 중인 스윙도 애플리케이션을 켜자마자 나오는 화면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독재 국가에 대한 항전을 응원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스윙은 얼마나 민주적인가? 애초에 스타트업이 민주적일 수 있는가? 흔히들 성공한 스타트업은 독재자가 리더라던데, 그럼 우리는 더욱 독재를 강화해야 하는 것인가? 독재의 리더십에서 직원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민주주의는 ‘1인 1표’를 원칙으로 하며 자본주의는 ‘1원 1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가진 돈의 양으로 평가하는 자본주의는 참 냉혈한 같고, 자본주의의 입장에서는 어떤 자질의 사람이든 그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권한을 주는 민주주의는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오늘날 대부분 기업은 주식회사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단어 그대로 주주(株主)는 주식회사의 주인으로서 회사의 소유자이다. 이들을 대신하여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을 이사라고 하며, 이들의 대표를 대표이사라고 한다. 소유는 분산되어 있지만, 운영은 대표이사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집중시킨 사실상 대표 독재체제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이자 대표이사는 거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팀을 이끈다.

어떤 회사든지 항상 직원들은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다고 불만이다. 민주주의가 정말 최선의 의사결정 방식이라면, 어째서 민주적이지 않은 회사들이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독재자들이 이끄는 회사가 더 잘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정치와 경영은 행위의 목적, 독재자의 인센티브 구조, 구성원의 기대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치는 전통적으로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행위인 반면, 경영은 희소한 자원을 활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행위이다. 정치 독재자는 타인의 이득을 뺏어야 본인 몫이 커지지만, 경영 독재자는 구성원을 끌고 가 목표를 함께 성취해야 이득이 커진다. 물론 목표를 이루는 방식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목표나 성과에 대해 충분한 협업을 유도할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이 주주가 되도록 함으로써 성과의 배분을 더욱 명확하게 하여 팀워크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둘째, 정치 독재자들은 다수의 이익을 걸고 매우 위험한 도박이나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독재 정치인은 독재 경영인들과 달리 하방 리스크가 제한된다. (푸틴의 예시처럼) 매우 위험한 도박이나 투자를 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고 잘되면 이득이 매우 크다면 자신을 제외한 다수의 이익을 걸고 도박을 하게 된다. 반면 독재 경영인은 수익구조가 양방향이어서, 잘되든 잘못되든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사람도 가장 얻을 것이 많은 사람도 독재자 자신이다 보니 그 누구보다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구성원이 기대하는 요소가 다른 것 같다. 매우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자원 배분에 있어서 구성원이 기대하는 가치가 ‘정의’와 ‘평등’이라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때 구성원이 추구하는 가치는 ‘보람’과 ‘성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직원도 정의롭고 평등하게 회사가 망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열심히 일했음에도 보람 또는 성과가 없다면 그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천 년 인류의 선배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현세대에 물려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두 가지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 같다. 파이를 더욱 크게 하려고 자본주의는 독재자를, 이미 크기가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데는 민주주의 원리를 도입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미천한 공부량으로 세상을 이해하기는 참 어렵다. 똑똑한 선배들에게 주워들은 얘기들, 실제 회사를 경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더 배우며 점점 명확해지는 점이 있다. 바로 이 모든 이념, 목표, 노력은 결국 함께 파이를 더 크게 하고, 이를 공정하게 나눔으로써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은 파이를 더 크게 하지도 못하고, 자원을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도 아니다. 인시아드 시절 나의 룸메이트였던 우크라이나인 친구, 바딤과 그의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빌며, PRAY FOR UKURAINE AND STOP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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