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올해 268억 원 예산 확보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기후변화와 식량문제, 농촌 소멸 등의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드론과 자율주행, 로봇 등 기술은 농민들의 작업을 보다 편하게 하고,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 기술이 병해충을 예방하는 한편 농가의 생산성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은 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농촌의 당면 과제인 고령화와 일손 부족을 비롯해 농가 소득 증가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으로 디지털농업을 제시했다.
박 청장은 1991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몸담은 뒤 30년간 농촌정책 일선에서 일했다. 농진청장으로 부임한 뒤 취임 100일을 앞둔 그는 지금까지의 고민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농업과 농촌을 위한 해답을 찾고 있다. 박 청장은 취임 이후 첫 행보로 농촌지도자들과 만나 농업·농촌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청장은 "농업관련 공직자가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농업인이 체감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연구개발과 기술보급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농업기관이 연구개발한 기술은 현장에서 쓰일 때 빛이 나고, 실제 어떻게 활용되는 지를 직접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현재 우리 농업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디지털농업이다.
박 청장은 "농촌 일손 부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다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 유입도 어려워지면서 더욱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스마트팜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농업이 자리잡게 되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청년농 유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을 세웠다. 농업 분야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실제로 데이터 기반 모델을 작물에 적용한 결과 토마토는 13.7%, 딸기는 약 30%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벼농사에서 자율주행 벼 이앙기를 적용하면 노동력이 50% 절감되고, 드론을 이용하면 동력분무기 대비 방제 노력이 87%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박 청장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농업은 스마트팜뿐만 아니라 노지 농업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자동화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청년농을 위한 기술창업과 연계해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면 농촌 소멸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도 중점 추진 과제다. 농진청은 농축산 부문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보급을 위해 올해 268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박 청장은 "농업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탄소가 어디서 얼마나 배출되고, 어디서 탄소를 흡수해 줄일 수 있는지 등 정확한 통계가 우선돼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2027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지난해까지 농축산 분야의 국가 고유 배출·흡수 계수 34종을 개발했고 오는 2030년까지 계수를 52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곳이었던 저탄소 물 관리 시범 사업 지역은 올해 28곳까지 확대하고 중간 물떼기 기간을 1~2주에서 2주 이상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질소비료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기준 적용 작물도 지난해 226개에서 2025년까지 246개로 늘릴 방침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저메탄 사료 개발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 박 청장은 "한우와 젖소 등의 소화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민간과 함께 저메탄 사료를 개발 중이고, 2025년에는 현장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소의 사육 기간을 31개월에서 28개월로 줄여도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축산 현장에 보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농진청의 역할에 대해 그는 글로벌 농업 연구개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박 청장은 "올해로 개청 60주년을 맞이하는 농진청은 지금까지 축적한 농업기술과 경험을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개도국들과 공유하며 K-농업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며 "K-농업기술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은 단순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아닌 현지화를 통한 지속적인 농업기술 협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