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상장지수펀드(ETF) 성적표 희비를 갈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가뿐히 넘기면서 원유 관련 ETF 수익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증시 하락에 베팅한 ETF 수익률은 최근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ETF 수익률 1, 2위 자리를 지킨 종목은 △KODEX WTI 원유선물(H) △TIGER 원유선물 Enhanced(H)였다. 두 종목의 수익률은 각각 90.33%, 88.40%다. KODEX WTI 원유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MYMEX)에서 거래되고 있는 WTI 원유 선물 가격으로 산출되는 기초지수를 추종한다. TIGER 원유선물 Enhanced(H)도 같은 지수를 추적 대상 지수로 해 1좌당 순자산가치 변동률이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유사하게 운용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들 ETF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국제 유가가 최근 11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면서다. 2일(현지시간) 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7% 오른 110.6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는 2011년 5월 이후 최고가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보다 7.6% 오른 112.93달러에 마감됐다.
여기에 침공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국제 유가는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경제적 제재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자제함과 동시에 중동산 원유로 수요가 몰리면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러시아 사태의 나비효과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러시아의 경제 제재는 아시아 정유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TF 수익률 3위는 1년으로 따지면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 3개월은 △KBSTAR 팔라듐선물(H), 1개월은 △KODEX 3대농산물선물(H)이다. 세 종목의 수익률은 차례로 58.94%, 46.61%, 16.25%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농산물 ETF가 에너지 기업 ETF의 자리를 꿰찼다. 농산물 역시 원유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곡창지대라고 불리는 러시아에 서방 국가들의 수출 제재가 가해지면서 가격이 올랐다.
수익률과 별개로 최근 1년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이 종목은 479억 주가 거래됐다. △KODEX 인버스(86억 주)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77억 주)가 뒤를 이었다. 투자자들이 우리 장이 하락할 것에 베팅했다는 뜻이다. 최근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종가 기준 코스피는 지난달 24일 2648.80을 기록한 후 점차 상승해 2700선을 회복했다. 3일 코스피는 2747.08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같은 달 15일 839.92까지 떨어진 후 점차 상승해 900선에 안착했다. 3일 코스닥은 912.32로 마감했다.
러시아가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며 국내 장도 타격을 받을 거라는 전망이 기우에 그치면서 인버스 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종목들의 1개월 수익률은 3일 기준 각각 -5.43%, -2.62%, -6.19%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회담 개최 여부와 그 내용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며 “(러시아 사태 관련) 불확실성에 따른 부정적인 외국인 수급 요인과 덜 매파적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이라는 긍정적 외국인 수급 요인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돼 외국인 매매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