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원자재 펀드 '사자' 전환…올들어 평균 9.6% 수익 거둬…주식형 펀드 -10.5%와 대비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들썩이면서 원자재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자락에 불어닥친 인플레이션에 글로벌 원자재 공급처인 러시아가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원자재펀드는 414억 원 늘어난 1조87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1월 1214억 원이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된 한 달 사이 원자재펀드에 대한 투심이 ‘팔자’에서 ‘사자’로 기조가 급변한 상황이다. 원자재펀드는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1388억 원이 줄어드는 등 줄곧 약세였다.
수익률도 치솟았다. 올해 들어 2월까지 국내 원자재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5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10.51%에 그친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ETF시장 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연초 이후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44.06% 오르며 국내 ETF상품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TIGER 원유선물Enhanced도 43.53% ETF 상품 상승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KBSTAR 팔라듐선물(40.78%), KODEX 3대농산물선물(33.39%), KODEX 미국S&P에너지(32.20%), KODEX 콩선물(23.52%), TIGER 금속선물(22.17%),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19.62%),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18.01%) 순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원자재 펀드 상승세를 이끄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서비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의 지표로 꼽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는 한 주 동안 16% 상승하면서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간 상승 폭은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란 분석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가 과거 공급 충격(19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1980년 이라크, 쿠웨이크 침공)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블룸버그 상품 현물지수(Bloomberg Commodity Spot Index)는 최근 1주일 8.6% 급등했는데 1974년 7월 둘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원자재 생산기지로 꼽히는 러시아가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관련 원자재 가격도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생산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팔라듐(41.2%) 1위, 석유(11.6% ) 2위, 천연가스(16.6%) 2위에 달한다. 이외에도 금(9.5%) 2위, 백금(11.8%) 2위, 알루미늄(5.6%) 3위, 소맥(11.0%) 4위, 니켈(6.1%) 5위에 해당한다.
러시아가 최대 공급처인 팔라듐 가격은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8% 오른 온스당 2800달러 수준에 달하면서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이 장중 배럴당 116.5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연가스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 역대 최고가인 MWh(메가와트시)당 199.99유로까지 급등하면서 한 주 동안 2배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가 글로벌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는 밀 가격도 14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국 밀 선물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2% 오른 부셸 당 11.16달러를 기록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t당 3779.50달러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증권가는 원자재 가격 폭등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제재로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정)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제외되면서 교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공급난을 촉발할 거란 예상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서방진영이 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면서 시장으로 하여금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스위프트 퇴출이 특정은행에서 전면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조달처 다변화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유럽 이외 지역의 원자재 가격 프리미엄 상승으로 귀결된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의 수출 비중이 큰 원유와 천연가스의 상승세는 멈추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이 천연가스 공급채널을 다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천연가스와 유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이란의 원유 공급량이 증가하더라도 러시아의 수출 감소분을 메울 수는 없다”며 “러시아는 지난 1월 중 일일 1100만 배럴을 생산한 반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252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