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 구글이 ‘토종’ 포털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새로운 검색엔진으로 떠오른 유튜브를 필두로 구글이 한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구글과 유튜브가 정치 담론의 장이 되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과 달리 규제 관련 논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PC 도메인별 웹사이트 순 방문자 1위를 차지한 기업은 네이버다. 지난달 네이버 방문자는 총 2681만2367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카카오의 다음이 1422만3562명으로 2위에 올랐고, 구글이 1391만1501명, 유튜브가 1344만7183명의 방문자를 유치했다.
◇토종 포털 앞지른 구글·유튜브= 한국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이 자리 잡은 만큼 ‘포털 주권’이 국내 기업에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글로벌 검색 엔진 점유율과 비교하면 국내 검색 포털 순위는 유의미하다.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2월 기준으로 글로벌 검색 엔진의 92.01%를 구글이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토종 검색엔진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검색 트렌드와 서비스 확장에 따라 토종 IT 기업의 영향력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부끄럽지만 시장을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MZ(밀레니얼·Z) 세대는 유튜브를 포털로 삼고 일반 검색부터 커뮤니티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난해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 NPR’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10대와 20대가 유튜브를 활용하는 비율이 각각 69.7%, 64.3%로 나란히 60%대를 기록했다.
유튜브는 동영상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구독 모델, 음악·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모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의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부터 일반 언론사, 방송국, 다중채널네트워크(MCN)까지 수많은 창작자가 제공하는 영상물과 구글 계정에 연동한 맞춤형 광고까지 더해지면서 유튜브가 확보한 데이터의 양은 압도적인 수준이 됐다.
최근에는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유튜브에 정치적 콘텐츠를 올리며 새로운 대선 문화를 이끌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소통이 일상적으로 변화하면서 뉴스를 생산해 공급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선과 관련된 뉴스에 대한 심의나 검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짜뉴스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새 시대 포털 됐지만 규제는 ‘알아서?’= 유튜브가 새로운 포털로 자리매김한 상황이지만, 정작 유튜브는 포털 역할을 꺼리고 있다. 포털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뉴스와 다양한 게시글이다. 유튜브 역시 정치 관련 1인 크리에이터부터 신문·방송사까지 다양한 뉴스 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주제의 영상 콘텐츠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콘텐츠가 일으키는 문제도 심화했다.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선정성·폭력성 문제부터 언론을 자처하는 영상물에 담긴 가짜뉴스 문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자극적인 콘텐츠 등 무수한 문제가 유튜브를 통해 촉발했다.
유튜브는 전 세계에 적용하는 자체 기준인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상을 삭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튜브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시정요구’ 조치를 내려도 이 지침을 위반했는지를 따진 뒤 조치한다. 사실상 자체적 규정만 존재하는 셈이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는 “유튜브의 경우 심의를 해야 하는지와 할 수 있는지, 당위와 능력의 문제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타인의 명예·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글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뉴스를 유통하고 있다. 국내법상 해외사업자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록 의무가 없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 유통을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한 국내 포털과의 역차별 문제가 대두된다.
구글과 유튜브를 포털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내 포털 기업은 자체 지침뿐만 아니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을 통해 자율 규제에 나선 상태다.
KISO 관계자는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재로서는 법률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고 글로벌 정책에 따라 규제하다 보니 감시가 잘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회원사로 가입이 안 된 유튜브에는 규제를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구글·유튜브가) 같이 동참해 자율 규제를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