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8살 때 마을에 엄청나게 큰불이 일었다. 반백 년을 넘어 또다시 큰불로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
강릉시 옥계면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한 주민은 망연자실했다. 그는 사흘째 타들어 가는 산과 마을을 보며 타들어 가는 마음을 추스를 수밖에 없었다.
6일 사흘째 이어진 산불로 경상북도와 강원도 등지의 산림 피해가 만 4222ha(헥타르)로 추정된다. 이는 축구장 만 9900여 개 규모 서울시 면적의 1/4인 23%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울진 1만1661ha, 삼척 656ha, 강릉 옥계 1657ha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5일 강릉 옥계에서 80대 여성이 대피 도중 사망한 것을 제외하면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아픔은 숫자로 헤아릴 수 없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산불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불로 피해를 본 경상북도 울진 지역 이재민들을 만나 “대통령이 직접 오면 수습도, 복구도 빨라지고 어르신들에게도 위로가 될까 싶어서 왔다”며 “20년 이내에 제일 큰 규모의 화재라고 하던데 그 와중에 인명피해가 한 분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그래도 사람 목숨이 중요하다. 몸만 성하면, 사람만 무사하면 나머지 복구는 정부가 힘을 보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선 주자들도 앞서 피해 지역을 잇달아 방문했다.
문제는 이번 산불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가 커진 것은 평년보다 유난히 건조한 날씨와 곳곳에서 부는 강풍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3개월 동안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로 평년 대비 14.6%에 불과한 상태로 50년 만의 가뭄이다. 게다가 울진산불이 발생한 4일에는 동해안 일대에는 강풍경보까지 발령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이병두 과장은 “산불에 있어서 제일 좋지 않은 환경이 건조특보와 강풍특보가 한 지역에 동시에 내려진 경우인데 이번 울진산불은 건조특보와 강풍특보가 동시에 내려졌다“며 ”이는 진화작업을 하는 데도 지금이 최악의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강원도 지역 산림에 급경사 지역이 많고 산세가 높다는 점은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종잡을 수 없는 강풍의 방향도 화재를 키웠다. 산불 발생 첫날 건조경보 속에 순간 초속 25m가 넘는 강한 바람이 서남서쪽에서 불면서 산불이 동해안 쪽으로 급속히 번졌다. 이튿날에는 바람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내려왔고 불길은 삼척을 거쳐 다시 울진 쪽으로 남하해 울진군청 등 지역 주요 기관이 있는 울진읍까지 진출했다.
여기에 이들 지역에 자라잡은 나무들 대부분 수분이 적어 불에 쉽게 타는 침엽수과 소나무로 이루어졌는 점도 악재였다.
특히 산불 현장 인근에 한울원전, 삼척 LNG 생산기지 등이 위치했다는 점도 우려스런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들 시설물에 대한 화재 피해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대본은 이들 시설물에 대한 벙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산불 피해가 민간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