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해외 주식예탁증서(DR)의 전환과 해지 모두 내림세에 들어섰다. 특히 DR 해지는 DR 전환보다 감소 폭이 더 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꺼리는 성향이 짙어졌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전쟁으로 인해 안전자산으로 눈길을 돌리는 외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DR 전환 주수는 1~3월 287만1616주→167만1064주→5만7109주로 줄었다. 같은 기간 DR 해지 주수의 추이는 712만8805주→335만3691주→47만530주다. DR 전환과 해지 둘 다 규모가 쪼그라든 것이다. DR 해지가 줄어든 정도는 더 컸다. 지난달과 2021년 2월을 비교하면 DR 전환 주수는 48.71%(325만8282주→167만1064주) 감소한 데 반해 DR 해지 주수는 57.77%(794만3172주→335만3691주) 하락했다.
DR이란 해외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국내에 증권을 보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현지에서 증권을 발행돼 유통되는 증권이다. 이달 기준 DR을 발행한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해 36개 사다.
DR 전환이란 국내 원주에서 DR로, DR 해지는 DR에서 국내 원주로 바꾼다는 뜻이다. 따라서 DR을 해지한다는 것은 달러 베이스인 DR보다 원화 베이스인 DR을 선호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DR 해지가 줄어드는 것은 외인이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로 몰렸다는 것이다.
유가증권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월 들어 주마다 2457억 원, 1조8179억 원 4020억 원을 순매수하던 외인은 전쟁이 고조된 2월 넷째 주부터 2주 연속 1조4622억 원, 6578억 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외인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금융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환율은 지난해 3월 1140원 선이었으나 이달 들어 1220원대로 올랐다. 지난해 6월 1100원대로 잠시 주춤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하리코프)를 폭격하자 환율은 1200원대로 훌쩍 뛰었다.
또 다른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도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와 같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일 1온스에 1723.95달러에 거래되던 금은 같은 해 연말까지 1800달러 선에서 머물더니, 올해 들어선 두 달 만에 100달러가 오른 19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4일 기준 온스당 1935.60달러에 거래되며 200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인들이 안전자산을 담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연간으로는 달러 강세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러시아 침공이 단기적이고 국지전에 그칠 경우) 단기적으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화의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전면전으로 간다면) 안전자산 선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달러화와 금 가격의 강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