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완화, 구매심리 회복 기대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 부동산 시장이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금융권이 대출 숨통 틔우기에 나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소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금융권의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이 부동산 거래 활성화 변곡점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p) 낮춘다. 이 경우 기존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 기준 연 3.47∼4.97%로 기존 최고 5.17%보다 낮아진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주담대 금리 인하 대열에 가세했다. 케이뱅크는 전날 아파트 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모든 신용등급 대상으로 연 0.1%p 낮췄다.
신용대출 상품 대표 격인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도 늘어난다. KB국민은행은 기존 5000만 원 일괄 제한에서 전문직 대상 상품 한도를 1억 원으로 5000만 원 올렸다.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신용대출 문턱을 낮추고 대출 한도 상향을 준비 중이다.
이렇듯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감지되자 대선 이후 부동산 거래 활성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담대 금리 인하와 신용대출 한도 확대를 시작으로 대선 이후 본격적인 대출 완화가 시행되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함께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주담대비율(LTV) 최대 90%를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청년과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LTV를 80%로 완화하겠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여야 대선후보 모두 당선 이후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규제 완화를 시행할 전망이므로 거래 활성화 등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 완화 전망에 대선을 앞두고 아파트 구매심리가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KB국민은행이 3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55.6으로 전주(지난달 21일) 52.4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 지수가 55를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첫째 주(57.4) 이후 처음이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다만, 차기 정부 정책은 정부 출범 준비가 끝나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하고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므로 단기간 내 반등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그동안 정부가 대출을 많이 쪼았고 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린 감도 없지 않다”며 “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는 금리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하고, 단기적인 영향력 역시 제한적”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