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검찰은 선거 과정에서 난무했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어서 검찰은 9월 9일 이전에 모든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김경근 부장검사)는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직권남용·직무유기·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다.
법세련은 “유권자가 행사한 소중한 투표지를 입구가 훤히 열린 종이박스, 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허술하게 이리저리 이동시킨 것은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선거 부실이자 헌법 유린”이라며 “이런 위법한 절차를 결정한 노 위원장 등을 수사해달라”고 강조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다른 시민단체도 비슷한 내용으로 노 위원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이에 따라 노 위원장에 대한 줄 조사가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서 확진자 사전투표 운영·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항의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확진자 사전투표는 격리 대상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아 별도의 장소에서 투표한 뒤 선거사무보조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보조원이 취합한 투표용지가 쇼핑백이나 바구니 등에 허술하게 보관되거나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 등이 발생해서다.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범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도 같은 부서에 배당됐다. 박 장관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소통방] 이재명 후보 총괄특보단’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대화방에서는 선거운동과 관련한 인력 동원 요청과 홍보물 공유 등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이뤄졌던 고발전에 대한 수사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한 혐의로 이양수·최지현 국민의힘 대변인을 고발했다. 이 대변인과 최 대변인 역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의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또 윤석열 후보는 선거대책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대장동 ‘그분’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국민의힘 역시 과잉의전·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 등과 관련해 김혜경 씨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또 민주당 온라인소통단 플랫폼 총괄팀장,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를 비롯한 네티즌 3명을 업무방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조계에서는 난무한 고발전으로 ‘정치의 사법화’가 심해질 것을 우려한다. 과거에는 선거가 지나면 고발을 취하했지만 현재 각종 의혹들이 걸려있는 만큼 선거 이후에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대선 결과가 나온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관련 혐의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선거에서 패한 측에 대해서는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한층 가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