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사고에도 저가로 잇단 수주
일부 조합 같은 혜택 요구에 발목
HDC현대산업개발이 조합으로부터 시공권 해지 압박을 받고 있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불안감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참사가 일어날까 하는 우려에서다. 최근 파격적인 조건으로 연이어 수주를 따낸 현산에게 동일한 혜택을 요구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되레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1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지난달 21일 노원구청 앞에서 현산 추방 집회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광주에서 두 번이나 대형참사를 일으킨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고, 행정 처분에 따른 금융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노원구청에 현산과의 정식 계약을 미루고 이번 사업에서 퇴출하게 시킬 것을 요구했다”며 “현산 측에서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산의 실적은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된다. 현산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63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04억 원으로 43.6% 떨어졌다.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에 따른 손실 비용이 반영된 탓이다. 사고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추가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부산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부산진구 촉진3구역 조합원들도 단체 행동에 나섰다.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시공권 해지 의견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만간 해지총회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현산은 추가 혜택을 제시하며 조합원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현산은 촉진 3구역 조합원들에게 ‘아이파크’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를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미분양 발생 시 대물변제와 이주비 대출 100%, 이사비 1억 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일부 조합에서는 현산이 최근 수주한 단지들과 비슷한 혜택을 제시하는지를 비교해 시공권 박탈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산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현대’ 아파트와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잇달아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리할 정도의 파격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높다.
현산은 관양현대 수주에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사업비 2조 원 조달, 가구당 사업추진비 7000만 원 지급 등을 제안했고, 월계동신을 수주할 때도 사업촉진비 4500억 원 지원, 미분양 시 아파트 대물변제를 약속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정비사업 수주를 위한 현산의 파격 조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산의 제안은 적자 수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리한 조건”이라며 “현산의 저가 수주에 향후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무리한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