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검사외길 인생…정치 신인 ‘청와대 주인’ 되다

입력 2022-03-10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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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수 만에 사법고시 합격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당시 정권과 각을 세워
문재인 정부 수립 이후 검찰총장 임명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중학교 시절 모습 (국민의힘 선대본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검사 외길을 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13년이었다. 국정원 댓글 조작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던 그가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보수 정권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때문에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960년 서울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교수 출신인 부모님 덕분에 부족하지 않게 자랐지만, 그 누구보다 공부를 많이 하는 ‘공부벌레’였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윤 대통령은 197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윤 대통령은 대학 시절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80년 5월 교내에서 이뤄진 모의재판에서 그는 재판장을 맡아 전두환 대통령에게 12.12 쿠데타를 일으킨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무리 모의재판이라도 당시 살벌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전두환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을 언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윤 대통령은 한동안 강원도에서 도피 생활을 해야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83년 대학을 졸업했지만 사법고시 합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윤 대통령은 8번의 고배를 마시고 9수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이 탓에 또래들보다 사법연수원 ㆍ검찰 기수가 낮다. 오랜 기간 공부한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 친구들은 “사람, 술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1994년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한 윤 대통령은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평검사 시절 그는 굵직한 사건을 여러 개 맡았다. 2003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구속수사하기도 했다. 2006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근무 시절에는 대검 중수부가 주도했던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팀에 들어갔다.

승승장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BBK 주가 조작 연류 의혹사건’을 맡은 정호영 특검에 합류했다. 2010년에는 씨앤(C&) 그룹 비자금 사건의 수사팀을 이끌었다.

▲9수 사법고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 입학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모습 (국민의힘 선대본부)

윤 대통령은 2013년 검사 시절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정원 댓글 조작 수사팀장으로 그는 검찰 수뇌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권과 각을 세웠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그것도 모자라 11월에는 대검찰청 감찰본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14년 1월에는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에서 대구지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사람들에게 잊혀졌던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부활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별검사 수사팀의 팀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당시 특검팀에서 그는 뇌물죄 관련 대기업 수사를 담당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수립 직후 승승장구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ㆍ3차장이 윤 대통령의 연수원 선배였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였던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했다. 2018년에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에게 총선 출마를 제의하기도 했다. 당시 제의에 대해 그는 “정치에 소질이 없다”고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적폐 수사에 대한 공을 인정 받아 2019년 제43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여권내 여러 인사들이 반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수장에 임명했다. 그러나 정권 유력 인사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단행하면서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로 조 전 장관은 장관에 임명된 지 30여 일 만에 물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조국 이후 추미애 전 장관과도 여러 현안에서 충돌하며 정권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 과정에서 정권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수사진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다. 계속된 갈등으로 그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결국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검사시절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민의힘 선대본부)

작년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는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고자 헌법이 부여한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권출마 선언이었다.

윤 대통령의 정계 진출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정계 진출 기자회견에서 그는 “산업화와 민주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 홍준표 후보를 물리치고 대선 후보로 임명됐다. 잇따른 실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배우자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그는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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