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비판받아온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정보 유통을 사실상 완전 차단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5일부터 효력을 얻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된 후 많은 외국 언론사와 특파원들이 철수하거나 러시아에서 보도를 중단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검찰은 1일 거짓 정보를 퍼트린다는 이유로 자국 라디오방송국인 에코오브모스크비와 야권 성향 민영방송사인 도쉬티TV 방송을 중단시켰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틱톡 등에서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는 계정 접속도 차단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소셜미디어 접근과 해외 보도는 국영 미디어에만 허용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있는 러시아인들은 TV에서 러시아 군대가 네오나치 정부로부터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는 장면이나 민간인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장면만 볼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설령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사태를 들었다 해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스미 시(市)에서 폴란드로 피난해 온 여성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사는 어머니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말해도 믿지 않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스미 시에서 1시간 떨어진 러시아에 살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을 때 어머니에게 전화해 “엄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했더니 엄마는 “그거 거짓말이야. 너희 군대가 전쟁을 한 거지 우리 군대가 한 게 아니야”라고 오히려 반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여성은 “미쳤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건 전쟁이야”라고 다시 말했더니 엄마한테서 “믿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여성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섭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주변국으로 피난한 난민은 11일까지 250만 명을 넘어섰다. 절반 이상의 난민이 이웃나라 폴란드로 피했다. 민간인 사망자 수도 564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는 어린이 사망자 51명도 포함됐다.
러시아군은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살상하고 있다. 심지어 12일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 페레모하 마을의 피란 행렬을 공격해 피란민 7명이 숨졌다고 한다.
스탠퍼드대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마이클 맥폴은 “푸틴은 러시아를 고르바초프 이전의 전체주의 독재로 되돌리려 한다”며 “그는 결국 실패할 것이지만, 러시아 사회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대학교 유럽고등국제대학원 교수는 “증가하는 히스테리적인 국가 선전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서구의 정확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