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원가 40% 차지, 전량 수입…시멘트값 인상도 불가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값이 급등한 가운데 유연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의 필수 생산원료로 사용된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7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급변한 유연탄 가격으로 시멘트 가격 인상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순환자원의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국제원자재 시세 전문기관인 GCI(Global Coal Index)에 따르면 지난 7일 국내 시멘트사들이 사용하는 호주 뉴캐슬항 고품질 유연탄은 톤(t)당 427.50달러에 거래됐다. 전일 대비 23% 급등한 수준이다. 유연탄 가격이 4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유연탄 가격은 올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입 유연탄 가격은 2019~2020년 t당 60~90달러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월 100달러를 돌파한 유연탄 가격은 급기야 10월에는 222달러를 넘어서 연말에는 272달러로 급등했다. 지난 2일 317달러를 기록한 유연탄값은 5일만인 7일에 400달러를 돌파했다. 2020년 유연탄 최저 가격 대비 약 700% 오른 것이다.
유연탄 가격급등 배경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수급 차질과 물류비용의 증가, 인플레이션 등이 꼽힌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유연탄 품귀 현상이 더해지며 가격 인상에 영향을 끼쳤다. 시멘트 1t을 생산하는데 유연탄은 약 0.1t이 필요하다. 유연탄은 시멘트 생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악조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비상에 걸렸다. 급등한 유연탄값으로 생산을 계속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생산을 멈춘다면 건설·레미콘 산업의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업계는 수입 다변화 등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들다. 일각에선 시멘트 가경인상과 순환자원 대체가 ‘선택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실제 시멘트업계는 가격 인상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순환자원 대책을 선보였다.
시멘트업계는 이미 지난 1월 레미콘 업체들에게 17~19%의 인상 폭을 내놨다. 시멘트 생산 원가 중 유연탄 가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유연탄 가격은 220달러 수준이었다. 시멘트업체들은 최근 레미콘·건설업체들의 단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 인상은 각 업계의 경영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부자재로 순환자원을 활용하자는 대안도 주목받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대신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하는 순환자원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시민단체·폐기물업체 등에선 순환자원을 활용해 생산된 시멘트를 두고 ‘쓰레기시멘트’라고 폄훼하고, 관련 시장을 빼앗는다고 반대하고 있다.
현재 시멘트업계가 확보한 유연탄 분량은 한달 정도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는 시멘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지만 상황이 계속 급변하면서 대응하기 어려운 처지”라며 “유연탄과 물류비 등 원가 비용압박이 심화하고 있어 가격 인상과 순환자원 대체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