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라 데이원 레모네이드 CIC 대표 “신화 K-pop팬, 이제 한국 스타트업 이끌죠“

입력 2022-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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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라 데이원컴퍼니 레모네이드 CIC 대표가 지난 2월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데이원컴퍼니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데이원컴퍼니)

“신화가 와일드 아이즈 활동을 했을 때 푹 빠져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릴 때는 한국과 K-pop에 환상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 서비스 후기 모니터링을 보는 게 ‘인생의 낙’이다.”

데이원컴퍼니의 레모네이드 CIC 서유라 대표는 지난 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만 국적인 그는 2016년부터 데이원컴퍼니에 몸 담았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한국행이었다. 미국의 명문 사립고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Philips Exeter Academy)를 졸업하고,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캐나다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한국에 온 건 캐나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였다.

“기본적으로 한국을 좋아했지만, 한국 행을 결정한 건 어떤 나라를 가면 내 가치를 폭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마침 회사에서 중국어와 영어 가능자에 스타트업 경험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이거 딱 난데 싶어서 지원했다”

당시 부모님과 가족들은 “정신이 나갔다”며 그의 한국 행을 이해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언어 장벽과 상이한 비즈니스 문화 등 어려움이 산적했다. “외국인 전용 부동산 사이트에서 이태원에 월세 200만 원을 주고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직원은 30명 정도였는데, 사무실은 신사역 1번 출구 근처 건물 지하 2층에 있었다. 창문도 없고 줄줄이 10명씩 앉아있으니 친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단계 회사 같다고 그랬다”

문화 차이와 언어 장벽 등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이강민 대표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외국처럼 허그 같은 스킨십을 많이 하거나, 비즈니스 한국어를 몰라 ‘이거 하세요’, ‘언제까지 주세요’라고 말해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문화 차이를 배울 때까지 이 대표와 회사가 기다려줬다. 그동안 회사는 폭풍 성장해 지난해 연간 결제액이 995억 원을 기록했다. 창문도 없던 지하 2층에서 지난해 강남 노른자 땅 역삼 센터필드로 사옥을 옮겼다. 서유라 대표가 이끄는 레모네이드 CIC도 연 매출 2018년 27억 원, 2019년 61억 원, 2020년 160억 원을 기록하며 매년 2배 이상씩 뛰었다.

▲서유라 데이원컴퍼니 레모네이드 CIC 대표 (사진제공=데이원컴퍼니)

레모네이드 CIC의 주 사업 부문은 성인 대상 외국어 교육이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 대신 고객들이 어학 공부를 즐겁게, 꾸준히 하며 일상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서 대표는 “한국 어학 시장은 큰 데 ‘영어 공부는 이렇게 해야돼’라는 공급자 마인드의 꼰대 문화가 남아있다”면서 “립스틱 종류는 100만 종이 있는데 왜 영어 학습은 한 종류로 칠판 앞에서 진지하게 배워야만 하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저희는 작은 회사인데도 상품이 4개나 있다”면서 “SNS에서 외국인이 하는 말이 이해되는 등 게임(Gamification)의 요소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꾸준히 동기부여를 해주며 어학 공부의 효능감을 입증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레모네이드는 △1대 1 영어회화 ‘패스트원’, △1주 1권으로 익히는 ‘가벼운 학습지’ △월스트리트저널·타임지 등 세계적인 저널을 통해 영어를 학습하는 ‘뉴스프레소’ △글로벌 서비스 ‘테모’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레모네이드는 내년까지 이를 5개로 확장하고, 해외로도 서비스를 넓힐 계획이다.

여전히 부모님은 그의 한국 스타트업행을 이해 못 하지만, 서 대표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즐겁다. CIC 대표가 된 이후에는 문제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유롭고 역동적이며, 와이파이가 공기처럼 있는 테크 강국이란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다양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지만, 비슷한 문화적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의사 결정 등에서 속도를 내기도 쉽다. 다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외국보다 추구할 수 있는 리스크 차이가 적은 건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투자 회수기간이 보통 7년인데 이 경우, VC와의 약속을 수행하기 위해 비전이랑 맞지 않는 단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다. 반면 해외의 우버나 위워크는 30년을 바라보고 비즈니스를 한다. 쿠팡처럼 대규모 해외 투자를 받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할 수 있는 도전 범위가 한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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