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박인숙 법률사무소 청년 변호사 “촉법소년 기준 하향, 예방효과 없어”

입력 2022-03-15 16:00수정 2022-03-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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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법률사무소 청년 변호사 (이수진 기자)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들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과 ‘소년범(14세 이상~19세 미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최근 이들의 심각한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며 법 적용 기준 연령을 낮춰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인숙 법률사무소 청년 변호사는 15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인 동시에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피해가 된 아이들을 법으로 처벌하기보다 보호와 관심으로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와 소년들과의 인연은 2014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다. 서울소년원을 방문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소년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년범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다.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아이들의 질문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수개월간 아이들과 부대끼며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고 깨달음을 얻었다. 소년범은 성인범죄자와 달리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성인범죄자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합리화 한다. 그러나 소년들은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아이들 주위에는 잘못된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방향을 잡고 이끌어 주는 어른이 없었다. 박 변호사는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어른이 주위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아이는 금방 옳은 길을 찾아갈 수 있다”며 “나라도 그 아이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회복적 사법’, 처벌보다 큰 효과

소년원에서 아이들 사이에 싸움이 크게 일어나 검정고시에 응시하지 못할 뻔 한 난감한 상황을 마주한 적도 있다. 박 변호사가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이 ‘회복적 사법의 힘’이다. 회복적 사법은 행위자를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건 해결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갈등을 해소하는 형사정책의 접근방식이다.

아이들을 처벌하는 대신 ‘무슨 일이 있었나’ ‘어떤 피해가 있었나’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질문을 놓고 이야기를 했고 아이들은 화해할 수 있었다. 박 변호사는 “사법적 회복에 관심을 갖다 보니 민사에도 접근이 쉬웠다”며 “사법적 회복은 민사소송이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 간 합의도 포함하는데 민사사건을 조정으로 끝내는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년범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

이후 법률사무소 ‘청년’을 개업했고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현실을 마주했다.

박 변호사는 2019년 청소년보호시설에서 지내던 한 아이를 알게 됐다. 이 아이는 부모가 없어 시설에서 지냈지만 시설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임했다. 아이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굶주림 끝에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박 변호사는 “소년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경우가 굉장히 많았고 이 아이 역시 방임된 피해자였다”며 “미성년자는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생존을 위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유로 소년원에 가두는 게 적절한 조치일까”라고 반문했다.

박 변호사는 아이의 형사사건과 통고 처분까지 어렵게 해결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아이가 기술전문학교에 입학하고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사회복지사의 조력으로 거주지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줬다. 실제 상당수의 소년범들은 사회 진출과 적응에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은 많지 않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딜라이트 제공)

소년범 처벌보다 인권 존중이 먼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 소년 범죄를 재조명하며 촉법소년 기준을 하향해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박 변호사의 생각은 다르다. 책임 능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에게 형벌을 부여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만 12~13세 아이들은 전두엽 발달이 덜 된 상태로 자기들이 하는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며 “13세 이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으니 예방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소년심판 속 ‘사법 만능주의’와 현실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속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는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이에게 우범으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명령한다. 그러면서 ‘너를 위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박 변호사는 “상처받은 아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며 “복지는 너무 오래 걸리니 사법으로 편하게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복지라고 하는 굴레 안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일부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만 사법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관리’ 위주인 우리나라는 사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관리‧감독’이 아니라 ‘보호와 인권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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