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단 "내달 공사중단" 통보
현 조합 "절차적 무효" 맞서
1.2만 가구 재건축 사업 위기
1만2032가구 규모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중단 위기에 빠졌다. 조합과 시공사 컨소시엄이 공사비 6000억 원 증액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서울 내 최대규모 재건축 사업인 만큼 서울시도 인원을 파견해 중재에 나섰지만, 서로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1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전날 강동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공사중단 예고를 통보했다. 공사중단 시점은 다음 달 15일이다.
사업단과 조합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다. 2020년 6월 조합과 사업단이 맺은 ‘공사 변경 계약’의 효력 인정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존 조합은 2016년 조합과 1만1106가구(공사비 2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9년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가구 수가 1만2032가구로 변경됐고, 이듬해 사업단과 조합은 공사변경계약(1만2032가구·3조2000억 원)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8월 해당 계약을 맺은 조합 집행부 해임안이 가결됐고 2021년 5월 현재 집행부가 선출됐다. 이에 현행 조합은 이전 집행부가 맺은 계약이 “절차적·내용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단은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2020년 4월 일반분양해 재원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착공해 2년 이상 공사를 수행했다”며 “하지만 사업 주체인 조합은 HUG 분양가 수용 갈등을 시작으로 지난해 새 집행부 선임 이후 현재까지 일반분양 등을 통한 정상적인 사업추진 재원 마련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단은 “조합이 2020년 아파트 가구 수를 기존 1만1106가구에서 1만2032가구 규모로 늘리는 공사변경계약서를 부정하고 있어서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업단은 올해 2월부터 이달 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합 측에 계약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서울 내 최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자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중재에 나섰다. 시는 지난해 12월 분쟁 조정을 위해 도시계획기술사와 변호사, 건설시공 전문가 등 3인으로 구성된 코디네이터(자문단)를 강동구청에 파견했다. 이후 이들은 사업단과 조합 의견을 청취하고 중재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섰다. 자문단은 해결 방안으로 ‘당사자 간 합의 추진’과 ‘분쟁조정위원회 제도 활용’, ‘소송의 제기’ 등을 제안했다.
자문단은 “당사자간 합의 추진 해결이 최선이지만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며 “분쟁조정위원회 제도는 위원회 조정안에 양측이 수락 의사를 표해야 하지만 현재 갈등 구조에선 쉽게 수락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유·무효 쟁점이 법률적 해석으로 대립한 상황에선 법원 판단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소송 기간을 고려하면 당사자 모두와 6000명 조합원의 경제·정신적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합과 시행단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측의 소송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입주를 준비 중인 6000여 명의 조합원은 입주 지연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대규모 공급 지연으로 인한 집값 불안도 우려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일반분양 물량은 총 4786가구에 달한다. 2015년 송파구 가락시영을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총 9510가구 중 1558가구만 일반분양 물량으로 풀렸다. 서울 내 헬리오시티 일반분양 물량의 세 배 규모 공급 지연은 곧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사업 주체인 조합과 시공사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소송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울 내 아파트 공급 차질과 일반 조합원 피해가 이어지는 만큼 양측의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