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입찰가 앞세워 주인찾기
저층·임대단지 조건 따져보면
실제로는 시세와 큰 차이 없어
"매수-매도자 힘겨루기" 분석도
지난해 수차례 매각 시도에도 유찰을 거듭한데다 거래 한파에도 콧대를 낮추지 않던 강남 아파트 보류지가 올해 들어 잇따라 매각에 성공했다. 그러자 최근 나온 보류지 매물 역시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최저입찰가를 형성하는 등 매수자와 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는 17일 오후 4시까지 보류지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이번 보류지 물량은 △전용면적 59㎡형 6가구 △전용 74㎡형 5가구 △전용 84㎡형 2가구 등 총 13가구다.
입찰가는 전용 59㎡A형(13~15층)은 9억3000만 원, 전용 74㎡A형(10~23층)은 11억 원, 전용 84㎡A형(2층)은 13억 원으로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으로 볼 때 해당 단지의 시세는 14억~15억 원에 형성됐다.
태릉 해링턴플레이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전용 84㎡형의 시세가 14억~15억 원이긴 하지만, 이번에 보류지 나온 곳은 2층이고 입찰가가 13억 원이기 때문에 실제 낙찰받는 가격을 생각하면 시세랑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이곳 단지는 매물이 없는 편이 아니라 보류지 매각의 이점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매각 공고가 올라온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30일 오후 4시까지 보류지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보류지 물량은 △전용 42㎡형 1가구 △전용 59㎡형 4가구 △전용 84㎡형 2가구 △전용 114㎡형 1가구 등 총 8가구다. 입찰가는 전용 42㎡A형이 10억5000만 원, 전용 59㎡E형은 1억4500만 원, 전용 84㎡D·E형은 19억 원으로 책정됐다. 가장 규모가 큰 전용 114㎡A형은 24억 원이다.
모두 현재 시세보다 2~3억 원 저렴하게 보류지 입찰가격이 형성돼 이곳 역시 ‘로또 보류지 아파트’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입찰가와 시세는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전용 42·84·114㎡형 물량은 모두 1층이고, 5~6층에 나온 전용 59㎡형 물량은 임대주택이 포함된 단지이기 때문이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조합 관계자는 “대부분 보류지가 1층이고 5~6층 있는 물건은 임대주택 안에 있는 가구”라며 “그걸 고려하면 시세와 입찰가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거래 절벽이 이어지며 강남 아파트 보류지는 수차례 유찰을 겪었다. 그런데도 콧대를 낮추지 않고 입찰가를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모두 낙찰돼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매수자들이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호가든맨션 3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보류지를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네 차례 매각 공고를 내며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유찰됐는데 최근 전용 59㎡ 1가구, 전용 84㎡ 3가구 등 총 4가구를 각각 27억 원, 33억 원에 계약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상아아파트 2차 재건축 조합도 ‘래미안 라클래시’ 보류지도 두 차례 매각 공고를 내며 주인 찾기에 나섰고 최근 6가구 중 5가구를 처분했다. 나머지 1가구는 전용 84㎡로, 13억135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보류지가 유찰됐다가 팔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매수자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봐야 한다. 대선 이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에 나서는 매수자가 많아지고 시장 분위기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큰데 그러다 보니 매도자들이 최근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류지 매각에서 입찰가격이 시세대로 형성하는 건 그렇게 해도 매물이 충분하지 않아 매수자가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인데 일종의 힘겨루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