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동정책에 불만…중국과 손잡아
위안화 선물 ‘페트로위안’ 도입도 검토
중국, 사우디 수출량 25% 이상 책임...위안화 성장 기회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물량을 위안화로 받는 것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1970년대부터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모든 원유 결제 시 달러화만 취급하기로 한 일명 ‘페트로달러’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중동 정책에 불만을 품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사우디와 중국의 결제 수단 논의는 지난 6년간 꾸준히 이어졌지만, 최근 사우디 측의 움직임에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사우디는 미국과 여러 지정학적 문제를 공유하고 있지만, 번번이 부딪히고 있다. 반군에 의해 점령된 예멘 내전에 개입하면서 미국에 지원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꺼리고 있고 이란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타결에 가까워지자 자국 핵 프로그램 개발 지원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빠르게 철군한 사실도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이유로 사우디는 더는 미국의 안보 약속에만 의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사우디의 자체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원했고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나아가 미래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와 같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애착을 보이는 정책에 투자도 하고 있다.
미·중과 사우디의 관계는 최근 정상들과의 관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국으로 초청했지만, 이달 유가 안정 대책을 논하기 위해 요청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거부했다.
중국은 사우디가 수출하는 원유의 25% 이상을 구매하는 국가로, 위안화가 결제 수단으로 합의되면 중국 통화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 게다가 사우디는 ‘페트로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선물 계약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위안화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한때 하루 200만 배럴씩 수입하던 사우디 원유를 지난해 12월 기준 50만 배럴도 수입하지 않는 등 경제 협력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실정이다.
WSJ는 “중국은 2018년 위안화로 책정한 원유 계약 체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원유 시장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낮추진 못했다”며 “사우디가 하루 수출하는 620만 배럴 가운데 일부라도 달러 이외의 통화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