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구현은 범정부적인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디지털산업진흥청은) 차관급 부처로 부처 간 조율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국무위원의 자격을 가져야 부처 간 조율이 가능한 만큼, 디지털자산을 다루는 기구는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설립되는 게 바람직하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가상자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전담 정부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한테서 나왔다. 산업 규제와 진흥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도 투자자보호에 힘쓰기 위해서는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당장 정부조직법을 손질해 기구를 신설하기 어려운 만큼, 인수위에서 관련 논의에 힘써달라는 주문 또한 이어졌다.
17일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는 ‘차기 정부 디지털자산 정책 및 공약이행 방향’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여야 공동 주최로 개최됐으며,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가상자산특위 위원)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개회사,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국민의힘 가상자산특위 위원인 조 의원과 이영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의 디지털자산 공약 이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19일 △코인 투자 수익 5000만 원까지 완전 비과세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및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코인 부당거래 수익은 사법절차를 거쳐 전액 환수 △국내 코인발행(ICO) 허용 및 거래소발행(IEO) 방식부터 시작 △NFT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자산시장 육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공약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디지털자산을 관리·감독할 독립기구 신설에 관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여야 모두 기본적인 기조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탄력을 붙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기구의 지위를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이라는 독립기구를 골자로 했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인 디지털산업진흥'청'의 경우 국무회의에 직접 의안을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집단들의 조율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디지털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각 부처별 이해관계 싸움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고 모든 부처를 융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담기구 신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도 이어졌다. 기구 신설, 인력 충원, 예산 배정 등 조율해야 할 사안이 쌓인 만큼 기구 신설이 당장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부ㆍ처ㆍ청 어떤 것으로 만든다고 한들 한 분야만 다룰 수는 없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장관만 100명 이상씩 나올 것”이라면서도 “디지털자산 관련한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민관 합동위원회를 두고 대통령이 미래 어젠다를 관리하는 것을 국정 과제로 두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해당 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면서 금융위원회에서는 이런 역할을, 기타 기술개발 부처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라는 식으로 정책 아이템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회장 또한 “지금 당장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초기 어느 정도 역할을 맡고, 향후 디지털혁신부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 기존 정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