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공석 시 4월 동결ㆍ5월 인상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본격적인 긴축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 후, 지난달 숨 고르기에 나선 한은은 상반기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은 등에 따르면 연준의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 연내 6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예고 등은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연준 FOMC 회의 후 17일 주재한 상황점검 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전개 양상 등이 국내 금융시장과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금통위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나타날 수 있는 탓이다.
최근 급등한 물가만으로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은 충분하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5달 연속 3%대를 이어가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1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기준)도 3653조 원으로 12월보다 33조8000억 원(0.9%) 늘어났다.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한 차례 더 올리더라도 통화 긴축정책으로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금통위 회의에서 다른 6명 중 4명의 금통위원이 "물가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시장은 대체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0.25%포인트씩 인상을 가정하면, 연내 2∼3차례 추가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만큼, 4월에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당장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권 교체 등에 따라 후임 한은 총재 인선이 늦춰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다음 달 14일 금통위 회의 전까지 총재 공백이 발생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5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다음 회의에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의원인 주상영 의원이 의장을 맡게 되는 점도 4월 동결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금통위는 미리 직무대행 순번을 정해두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는 서영경 금통위원이고, 총재 임기 끝난 다음 날인 4월 1일부터 주 위원 차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내달 금통위까지 총재가 공석일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5월 인상 후, 하반기 2~3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글로벌 긴축랠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비율이 높은 상태이므로 기업경쟁력 제고 및 민간 일자리 창출 확대 등으로 금리인상 방어력을 확충하고, 재정건전성 등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