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조 이탈 외인, 보유율 역대 최저…매도공세속 사들인 종목은

입력 2022-03-24 14:51수정 2022-03-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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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3월 5조 매도 '셀코리아' 행렬…시총 비중 역대 최저
연준 금리인상·달러강세 영향…부진한 국내 기업 실적도
매도세에도 LG이노텍·삼성엔지니어링·HMM 등 대거 담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 8조 원, 이달에만 5조 원 가량을 쏟아내면서 외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예정된 긴축임에도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셀코리아’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외인의 매도 공세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알파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외인은 ‘팔자’ 기조에도 LG이노텍, 삼성엔지니어링 등 종목을 대거 장바구니에 담은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외인의 매도세와 반대로 오히려 성과가 좋았던 실적 개선주에도 눈길이 쏠린다.

◇외인 증시 비중, 코넥스 출범 후 최저…시총 상위 종목 대거 이탈

(조현호 기자 hyunho@)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8조2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매도세는 최근 들어 더 거세다. 3월 들어서만 5조1237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3월 총 15거래일 중 10거래일 간 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외인의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코넥스) 지분율도 곤두박질 쳤다. 전체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 지난 22일 기준 28.17%를 기록,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전체 시총 2539조 원 중 외인이 715조 원을 보유했다. 2013년 7월 1일 코넥스가 출범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외인의 장바구니에선 시총 상위 종목들이 대거 탈락했다. 3월 들어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와 6위 삼성전자우를 각각 1조6900억 원, 4453억 원 순매도 했다. 2위 LG에너지솔루션도 7849억 원어치를 팔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발 공급망 불안 리스크가 커진 현대차(-3073억 원), 기아(-2302억 원)도 매도에 나섰고 이외에 삼성SDI(-3547억 원), 셀트리온(-3153억 원), LG화학(-2348억 원)도 ‘팔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인상·달러강세 여파…국내 기업 실적 부진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연준의 금리인상 여파가 외인 탈출의 첫번째 요인으로 지목된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몇차례나 예견하긴 했으나 실제 금리가 오르자 금리인상 이전에 제로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해온 외인은 이자부담이 커졌다. 신흥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특히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중립 금리 수준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달러강세, 원화약세도 외인 수급의 부담 요소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40원까지 올랐다 소폭 내려온 상태다. 외인의 국내 투자 자금 가치가 낮아지면서 기대 수익이 감소하는 데다,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되도록 손실을 피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기대가 낮은 점도 악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0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실적 흐름도 1분기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최근 한달간 3.4% 하향 조정되는 등 부진한 상황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수급 주체는 주로 외인으로, 외인이 매도하는 국면에서는 대부분 하락했다”며 “대규모 매도세는 완화될 수 있지만 매크로 환경과 국내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을 감안했을 때 외인의 추세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외인 매도 와중 담은 종목 눈길…증권가, 실적 개선주 주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전문가들은 외인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평소와 다른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인은 국내 펀더멘털 영역에 대한 부담을 반영, 여전히 매도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며 “외인의 매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알파 전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선은 자연스레 외인이 국내 증시 ‘발빼기’에도 불구하고 대거 장바구니 담은 종목들로 쏠린다. 외인은 이달 들어 LG이노텍(2286억 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최근 애플이 지구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60%로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에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공급 점유율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70%로 높아지고 있다. 비수기임에도 1분기 실적의 어닝서프라이즈가 전망되고, 내년부터 애플카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부품 출하 확대도 예상된다.

외인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주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1868억 원), 마찬가지 수혜가 예상되는 해운 대표주 HMM(1005억 원)도 대거 담았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나 모빌리티, 엔터프라이즈,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종속사들의 상장이 예상되는 카카오(1409억 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환경·보건·안전시스템(EHS) 수요가 늘어난 삼성에스디에스(1354억 원) 등도 순매수했다.

차기 국무총리설이 나오고 있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관련된 정치 테마주 안랩(1270억 원), 우크라이나 사태의 확대로 간접 수혜가 예상되는 방산주 한국항공우주(1259억 원)도 눈에 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및 고환율에 수혜를 입은 고려아연(1159억 원)도 뒤를 이었다.

▲출처=하나금융투자

외인의 매도세가 거셌던 시기에 성과가 돋보인 실적 개선주(이익모멘텀 팩터)에 주목하는 분석도 나온다. 펀더멘털 기준 상위 종목일 수록 외인의 매도세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6년 이후 6년간 외인 누적 순매수금액 줄수록 실적팩터는 오히려 늘어 반비례 관계를 나타냈다.

다만 최근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의 여파에선 자유로운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순익 변화율이 높으면서도 최근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도 상관관계가 적은 종목으로는 대한해운, 가스공사, GS, 현대해상, HMM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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