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당선인 또 충돌, 언제까지 싸움만 할건가

입력 2022-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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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놓고 대립하는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또다시 한국은행 차기 총재 인사를 두고 충돌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23일 지명했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의견을 반영한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당선인 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양측의 진실공방과 함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윤 당선인도 24일 “차기 정부와 오래 일할 사람을 임기가 끝나는 현 정부가 서둘러 인사를 단행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접 비판했다.

새 정부 출범이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정권이양기에 이처럼 신·구 권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그동안의 여러 차례 정권교체 과정에서도 전례가 없다. 협치(協治)는커녕 정상적인 정권 인수·인계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국민 불안만 커진다.

청와대는 임기 만료 전이라도 인사의 고유권한은 문 대통령에 있다고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차기 정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순조롭게 정권을 넘기는 것이다. 현 대통령에게 고위 공직의 형식적 인사권이 있다 해도,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결정토록 협의하고 추천을 받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이다.

갈등의 핵심이 한은 총재 인사보다는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에 있고, 양측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를 청와대가 채워, 현 정부의 정책실패로 국민 피해를 키운 사안들에 대한 차기 정부의 감사와 책임 추궁에 제동을 걸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곧 떠날 문 대통령의 인사권 고집이 새 정부 발목잡기이자 여권의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신·구 권력이 싸움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엄중하다. 코로나19 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글로벌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공급망 충격에 겹친 유가 및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등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어느 때보다 가중하는 상황이다.

후임 한은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후보자는 자질이나 경력, 역량 등의 측면에서 적임자로 평가받아 왔다. 윤 당선인 측도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차 문제로 인한 갈등이라면 청와대가 적극적인 의지로 차기 정부에 협력해 순조로운 정권이양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정권을 교체한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다. 당선인 측도 보다 정제된 입장과 메시지로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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