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기조’와 ‘공급망 차질’로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름을 부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조하며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이상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통화긴축의 서막이다.
이 가운데 국제금융센터는 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등 과거 사례를 종합할 때 단기간 내 인플레이션 해소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고물가 장기화와 함께 성장둔화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차대전 종전 후 가격통제 철폐, 공급부족과 이연수요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1946년 7월 미국 CPI는 9.4%를 기록 후 1948년 10월까지 2년여간 5%를 지속 상회했다. 1947년 3월에는 최고 19.7%를 기록했다.
1950년 6월 시작된 한국전쟁 영향으로 같은 해 12월 미국 CPI는 5.9%를 기록 후 1951년 12월(6.0%)까지 1년간 고물가가 지속됐다.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가계들이 공급부족을 예상하여 상품수요가 급증했으며 일부 소비재는 군수물자로 동원되고 가격통제도 재개했다.
1965년~1969년 중 미국은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 4.8%를 기록하는 등 경기호조 속에서 1969년 3월 CPI가 5.2%를 기록 후 1973년 2월(5.0%)까지 5%를 지속적으로 상회했다. 경기호조와 함께 베트남 전쟁 등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등이 인플레 압력을 자극한 영향이다.
1970년대 들어 미국경제는 두 번의 석유파동 등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동반 증가하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1973년 4월~1982년 10월 중 CPI는 대부분 5%를 상회했으며 80년 3월에는 14.8%를 기록했다.
1989년과 2008년의 사례는 모두 유가 급등이 주된 원인이었으며, 이 때 물가는 짧은 상승기를 거친 후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하면서 빠르게 둔화했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인플레이션 압력은 주로 공급망 차질과 상품수요 급증에서 비롯됐다”며 “이후 통화ㆍ재정정책 대응과 경기ㆍ고용 호조,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과거 고물가 사례와의 유사점들이 모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공급부족 여건에서 상승세를 보이던 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1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3년과 유사한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물가 경로를 전망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현재의 여건은 과거 모든 고물가 사례들과 하나 이상의 유사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재화에 집중되었던 소비지출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서비스 수요로 분산되겠지만, 이는 한편으로 서비스 물가의 본격 상승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또한 미국의 실업률이 3.8%로 이미 완전고용에 근접한 상황에서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수요 증가는 임금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고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전망이 불투명하며 고유가 상황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이미 수십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기대심리를 통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소지도 있다.
권 부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결국 총수요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기 위한 강한 통화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 과정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연준의 도전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