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부산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은행의 인력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차기 산업은행 회장에 따라 은행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부산 이전을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27일 “최근 들어 2명의 직원이 사표를 내고 이직했다”며 “부산 이전때문에 나갔다는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지만 이전 소식이 들려온 뒤 실제로 인력 이탈이 이뤄진 거라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많은 직원들이 이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설은 심심치 않게 나오던 얘기였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은 있지만 산업은행의 부산행은 선거 승리 후 전리품을 나눠주는 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부산으로 이전하더라도 합리적인 설득과 대화, 동의 과정을 걸쳐야 직원들의 동요가 적을 텐데 지금 분위기는 ‘가라면 가’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이동걸 회장의 뒤를 이은 차기 회장에 관심이 큰 상황이다. 현재 이동걸 회장의 경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직원들의 입장에 서있다. 하지만 차기 회장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의 현실화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산업은행 한 직원은 "차기 정권에서 부산 출신 인사를 보낸다면 은행의 입장을 듣지 않고 바로 내려보낼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차기 회장은) 부산 이전이라는 미션을 받고 올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초반부터 이 미션을 거절할 사람이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걸 회장은 올해 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산은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딱잘라 말하며 “산은이 부산에 간다고 돈이 되는 게 아닌 득보다 실이 많은데 산은이 하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지역정치인들도 몰이해 때문에 이걸 주장하는데 소탐대실”이라며 “이 경우 소탐은 지역에 들어오고 대실은 남한테 가니 이를 주장하는 것이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협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과연 산업은행의 역할이 뭔지 심도있게 논의해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