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비무장화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 안 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5차 정전 협상을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타협 가능성을 내비쳤다.
2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과 타협을 원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타협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지난 8년간 분쟁을 이어온 곳이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젤렌스키는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나 이번 주 터키에서 열릴 예정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평화 협상을 앞두고 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 문제와 관련된 타협의 구체적 내용을 내놓지는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또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제삼자에 의해 보장돼야 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 보장과 중립국화, 비핵보유국 지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것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전제 조건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에 대해서는 "비무장화를 계속 고집할 경우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에 "러시아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갈등을 길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을 인터뷰한 자국 매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인터뷰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자, 러시아가 지배하는 지역을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북한과 남한을 만들려는 시도”라며 “우크라이나인은 곧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은 세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이 곧 러시아 연방 가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