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연일 SNS 등으로 비판 목소리
출·퇴근길 시민 '볼모'라고 표현하기도
장혜영 "지금 장애인 차별과 싸울 시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정치권으로 번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를 연일 비판하면서다. 같은 당 장애인 당사자 김예지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이 당론이 아니라며 전장연의 시위에 동참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오전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이라며 "정치권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무릎을 꿇었다.
김 의원이 무릎을 꿇고 사과한 이유는 같은 당의 이준석 대표가 쏟아내는 전장연 시위에 대한 메시지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장연이란 단체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장애인 이동권 시위라는 주장을 통해 지하철에서 투쟁하지만 이미 서울시는 94%의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전장연 시위를 향한 비판은 주말 내내 계속됐다. 전장연의 시위를 "출·퇴근길 시민을 '볼모'로 한 아집"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24일 전장연과 만나 "당 대표로서 주안점은 이동권"이라고 했던 이 대표가 말 바꾸기를 한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이 기획재정부에서 통과가 되지 않거나 일부만 통과되는 것을 두고 "기재부를 혼내는 방법은 대선에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자 이 대표는 경찰력을 동원한 시위 진압까지 거론한 상태다.
김 의원은 전날 한겨레가 공개한 인터뷰에서도 "섣부른 판단과 언어 사용을 통해 오해나 혐오를 조장하는 건 내가 생각하기에 성숙한 반응은 아니었다"며 "이 대표는 당 대표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당론도 아니고 당의 입장도 아니다. 개인의 입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의 사과는 전장연 시위 참석자 외에도 출근길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향했다. 그는 "출근길 불편함을 토로하고 계신 많은 국민 또한 정치권이 겪어야 할 불편을 여러분이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인수위에 여러분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바라는 대로 100%는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알리고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의 비판 발언에 정치권에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자칫 장애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장연 시위에 따른 불만이 정치권이 아닌 시위 참석자에게 향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교통약자들은 그 불편을 평생 겪는다"며 "시위를 멈추는 방법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 본인이 장애인권리예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장애인과 싸울 시간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과 싸울 시간"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