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기자회견 열고 대기업 중고차 진출 결사반대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산업 자체의 독과점 형성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것입니다. 피해는 소비자와 기존 영세 사업자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는 2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반대하며 이같이 말했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판매업이 미지정 결정이 나면서, 중고차업계는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여는 등 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출 저지에 나섰다.
연합회는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의결에 대해 “중고차 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자동차매매업계 이해 부족으로 벌어진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며 “중고차 업계 직접 종사자와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량 실업사태를 초래할 행위”라고 규탄했다.
연합회는 독점력이 강화된 대기업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완성차의 시장 점유율을 88%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신차 제조·판매뿐만 아니라 정비, 부품제조·판매, 자동차보험, 자동차경매, 캐피탈 할부 금융, 수출에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있다. 장남해 연합회장은 “중고차시장까지 장악한다면 신차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돼 그 피해는 소비자와 영세 사업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합회는 그동안 완성차업계가 주장한 시장 진출 사유인 △인증중고차 △수입차 역차별 △허위·미끼 매물 정화자 역할 등을 반박했다.
연합회는 구체적으로 완성차 업체가 주장하는 인증중고차(5년·10만km 이내 차량)의 무상AS 및 인증은 이미 신차 AS보증기간이 잔존해 차량이 받는 서비스이며, 마치 새롭게 인증해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수입차 역차별과 관련해서는 자율경쟁으로 신차를 파는 것이 소비자들의 역차별을 없애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위·미끼 매물 정화자 역할에 대해선 완성차가 들어와도 블법 행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전라남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대기업이 5% 7% 10% 단계적으로 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전혀 없다”며 “고양이한테 생선을 10마리 던져주고 하루에 한 마리씩 먹으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육식 대구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우리가 현대·기아차와 경쟁하는 것은 달걀로 바위 치기와 같다”면서 “프랜차이즈 빵집이 독점하면서 동네 빵집들이 문을 닫았듯 5000명의 딜러가 일자리를 잃고 중고차 가격은 인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연합회는 정부와 완성차 업체에 △중고차 시장 진출 3년 유예 △중고차 매집 제한 △신차 판매권 보장 △중고차 품목 제한 등을 요구했다. 조 조합장은 “현재 중기부의 자율조정을 통해 위원회 측에 4가지 협의안에 대해 제시했다”며 “현대·기아차는 이 중 하나도 수용하지 못하고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의위 결정에 따라 중고차판매업이 적합업종으로 미지정됐지만, 대기업 진출은 완전히 허용된 상황은 아니다.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제도인 사업조정이 남아있어서다. 중고차업계는 지난 1월 중기부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는 사업조정을 위한 대·중소기업, 소비자 단체, 유통업계, 법률 전문가 등 19명으로 구성된 자율조정 협의회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