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예산, 사상 최대 규모 8130억 달러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 예산은 빠져
부자증세로 재정적자 축소...억만장자세 신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5조8000억 달러(약 7102조 원) 규모의 2023회계연도(2022년10월1일~2023년9월30일) 예산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에 맞서 국가안보 예산을 대폭 늘린 반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회복지지출 예산은 제외했다. 의회 통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또한 재정적자 축소를 통한 재정안정에도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최상위 부유층을 겨냥한 세수를 대폭 늘렸다.
우선 국방부에 배정된 7730억 달러와 연방수사국(FBI), 에너지부 등 다른 기관 관련 예산을 포함한 국가안보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8130억 달러로 약 4% 더 늘렸다. 작년 예산 증가율(1.6%)의 두 배가 넘는다. 러시아와 중국의 점증한 군사적 위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유럽 방위구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원에 69억 달러, 우크라이나 지원에 10억 달러가 각각 배정됐다.
바이든 정부의 최고 경계 대상은 역시 중국이었다.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겨냥해 신무기 투자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했다. 공군 시스템 565억 달러, 전투함을 포함한 해상 전력 408억 달러, 육군 및 해병대 차량 현대화 126억 달러, 특히 핵전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에 역대 최대 규모인 1301억 달러가 배정됐다.
이 밖에 국내 범죄 퇴치에 320억 달러, 코로나 및 전염병을 포함한 세계 보건 안보에도 106억 달러를 책정했다.
한편 이번 예산안에는 바이든 정부 역점 사업인 2조 달러 규모의 ‘더 나은 미국 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 예산은 빠졌다. 예산 규모가 방대하다는 이유로 물적·인적 인프라 법안에 반대한 중도파 의원들을 의식해 바이든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미국 정부는 “협상의 불확실성으로 더 나은 재건 법안을 뺐다”고 밝혔다. 현재 미 하원은 민주당이 턱걸이로 과반을 유지하고 있고 상원은 50대50으로 공화당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에도 공을 들였다. 예산안은 만성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재정적자를 1조 달러 이상 줄이고 향후 10년간 추가로 1조 달러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간 기준 최대 규모 감소 폭이다.
재정적자 감소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 부자증세를 강조했다. 세수를 늘려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고 재정 안정까지 꾀하겠다는 의도다.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최상위 부유층의 최고소득세율을 39.6%로 올린다. ‘억만장자 최소 소득세’도 신설했다. 소득 1억 달러 이상 가구와 소득 상위 0.01% 미국인을 대상으로 미실현 자본 이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최소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억만장자와 대기업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는 경제성장을 통해 격차를 더욱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재정적자 축소에 초점을 둔 데 대해 올해 하반기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예산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국방예산 부족과 부자 증세를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의 발표를 담대한 재정 청사진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미 의회에서 예산 규모와 세수 방식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