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회원국 어수선한 분위기 감지
동유럽 나토 동맹국 사이에서 프랑스·독일에 불만ㆍ우려 나와
“프랑스, 휴전 위해 우크라에 러 요구 조건 수용 압박할 수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개월 차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와 대화를 할 것인지를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놓고 서유럽과 동유럽의 견해차가 큰 데다 나토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안보보장에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과 관련 문서를 인용해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 측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나토 동맹국들은 푸틴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러시아와의 대화 효과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가 뭇매를 맞고 뒤로 물러선 상황에서 나토 유럽 동맹국들끼리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에게 “말이나 행동을 확대해선 안 된다”며 “외교적 수단을 통해 러시아군 철수 달성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즉 대화를 통해 휴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도 “현재 가장 우선순위는 휴전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헝가리를 제외한 영국과 폴란드, 그 밖의 중부와 동유럽국가들은 평화 협상 효과에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수용 가능한 평화 협정에 대해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추진하는 대화가 비생산적이고 오히려 판세가 푸틴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4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회원국 정상들에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에 대한 협상이 성공할 수 있고 수용 가능하다고 믿는지를 반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 러시아와의 대화를 고수하는 프랑스와 독일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나토 동맹국들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일부 정상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휴전의 대가로 러시아가 요구하는 중립국화 등의 조건 수용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동유럽 국가 소속 외교관은 블룸버그에 “러시아 군대의 완전한 철수 없이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정에 동의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국가는 푸틴을 섬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푸틴에게 연락을 자주 하는 정상들은 자국 내 정치적 목적으로 연락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중립국화를 선택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긴 상태지만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가 제삼자에 의해 보장돼야 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젤렌스키가 말하는 ‘제삼자에 의한 안전 보장’에 대해서도 나토 동맹국 간의 이견이 있다. 블룸버그는 서유럽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안전 보장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국경 전반에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전쟁 후 새로 그어질 국경에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나토는 이번 전쟁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과 발트 해 3국, 동유럽 국가 정상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밀어낼 대공 무기 등을 보낼 것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무기 지원이 전쟁이 통제 불능 상태로 확전될 수 있으며 휴전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러시아를 두려워하고 있으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지도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가 실제 침공까지 감행한 지난 4개월간 푸틴과 총 42번의 전화통화를 했고 3차례 회담도 가질 정도로 분주한 행보를 보였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