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ESG 재무 시대의 도래

입력 2022-03-30 14:07수정 2022-03-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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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2006년 UN 사무총장이었던 코피 아난(Kofi Annan)의 주도로 만들어진 유엔 책임투자 원칙(United Nations of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은 ESG 재무통합 전략으로 시작한다.

즉, Principle 1에서는 “우리는 투자분석과 의사결정프로세스에 ESG 이슈를 통합한다(We will incorporate ESG issues into investment analysis and decision-making processes)”고 선언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바로 그 다음 Principle 2에서 “우리는 적극적 소유자가 되어 ESG 이슈를 소유권 정책과 투자 실무에 통합한다(We will be active owners and incorporate ESG issues into our ownership and practices)”고 천명했다.

UN PRI가 선언된 후16년이 지난 2022년 3월 말을 기준으로, UN PRI에 서명한 기관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자산소유자(Asset Owner 14%)와 주요 자산운용사들(Investment Manager 76%), 대신경제연구소와 같은 의결권 및 ESG 평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Service Provider 10%)들을 비롯한 4902개에 이르는 전세계 투자 관련 회사들이 가입하고 있다. 실로 UNPRI는 ESG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국제 이니셔티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하는 회사들이 ESG실천을 위해 UN PRI부터 가입해야 하는 이유다. 투자회사들이 자산소유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때 단 1점 차이로도 당락이 엇갈리는 치열한 경쟁 현실을 감안할 때 지원 시 가점을 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ESG를 투자 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 통합하는 방법은 GSIA 기준으로 7가지 전략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략이 바로 ‘ESG 통합전략(ESG Integration)’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자산소유자인 국민연금도 ‘수탁자 책임활동 보고서’를 통해 재무적 요소와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ESG 통합 전략’을 적용하여 “국내주식 직접 운용 시 ESG 등급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로드맵’에 의하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임투자 활성화 기반조성’을 위해 2021년~2023년 중에 “운용사, 증권사 등 ESG 고려 활성화 유도”라는 과제 실천을 선포하고 있다. 운용사나 증권사에서도 ‘ESG 통합전략’을 고려하여 투자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ESG를 어떻게 투자에 반영한다는 것일까?

UN PRI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식투자를 위한 ESG통합 실용 가이드북’을 살펴보면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운용사와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ESG 요소를 반영하여 예상 재무제표나 재무 모델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즉 ESG이슈에 의해 매출이나 이익이 증가하거나 비용이 감소하면, 이익률을 조정하여 ‘손익계산서’에 반영한다.

석탄 자산처럼 현금 창출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자산(Stranded Asset, 좌초자산)의 경우 ‘대차대조표’의 장부가에서 해당 자산 가치와 상각비를 조정할 수도 있다.

또한 회사의 ‘중요한ESG 이슈’에 의해 ‘현금흐름’이 변동되면 이를 DCF(Discounted Cash Flow, 현금흐름 할인모형)와 같은 ‘기업가치평가’에 직접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에 ‘ESG 애널리스트’가 생겨나고, ESG 연구원들이 자산운용사로 이직하거나, 그 반대의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SG애널리스트’와 ‘주식 채권 애널리스트’ 협업 시대가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아동 노동 이슈의 대표 사례가 되었던 나이키를 생각해 보자. 1992년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은 시간당 12센트, 미국 시급의 1/50수준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여성 노동자 임금을 지적했고, 1996년 3월 28일자 라이프 매거진(Life Magazine)은 “미국의 아이들이 축구를 하며 골을 넣기 위해 놀고 있을 때, 파키스탄의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시간당 6센트의 임금을 받고 축구공을 꿰매고 있다”고 밝혔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노동 착취 공장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일수도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지만(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이제 인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독일의 공급망 실사법과 같이 법령으로 Nike와 같은 ‘원청 업체’에게 ‘공급망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무수단’과 더불어, ‘ESG통합 전략’을 통해 ‘투자회사’에게 이러한 회사들의 기업가치와 적정 주가를 조정하는 ‘시장의 자발적 수단’을 도입한 것이다.

▲나이키의 아동 노동,사진:Life지

일례로, UnionInvestment는 단위 면적당 ‘매출액과 직원 만족도’가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재무 분석에 반영했다.

‘저임금 및 초과근무’와 같은 ESG이슈를 해결할 경우,직원들의 의욕이 높아진 해당 회사와 하도급 업체들은 더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으므로 ‘매출 성장률(Growth Rate, g) 추정치’를 연간 1%(100 Basis Point) 올렸다.

동시에 해당 회사는 건전한 고용체계 수립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평판 Risk’가 해결되었으므로 동종 업계에 비해 추가적인‘평판 이익(Reputational Benefit)’을 누릴 것이므로, 기업 재무가치 평가에 적용되는 ‘할인율(Discounted Rate, r)’을 0.5%(50 Basis Point) 낮췄다.

현금흐름 할인 모형(DCF)공식에 의하면, 한 기업의 현재가치(Present Value, PV)는 현금흐름(CashFlow, CF)을 ‘할인률(r)-성장률(g)’ 나눈 값이다.

공식을 보면, r이 낮아지고 g가 높아지면 자연히 분모가 작아지므로 기업의 현재가치(PV)는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ESG이슈가 기업가치와 주가로 ‘현금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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