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시계 브랜드 스와치와 오메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문스와치’의 리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가 33만1000원인 문스와치를 무려 17배가 넘는 가격인 580만 원에 팔겠다는 글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해외에서 600만 원 가까이 올라오고 있는 매물이 있다. 추후 얼마까지 피(fee)가 붙을지 감히 짐작하기도 힘들다”며 희망 판매가를 580만 원으로 제시했다.
오메가의 인기 제품인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를 스와치가 재해석한 문스와치는 발매 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발매 당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밀라노, 홍콩, 도쿄, 제네바 등의 스와치 매장에서 오픈런이 연출되기도 했다. 문스와치는 대중적 브랜드인 스와치와 고가 브랜드인 오메가의 협업이 ‘대박’을 친 사례가 됐다.
스와치와 오메가의 협업처럼 럭셔리 브랜드와 대중적인 브랜드의 협업은 패션계의 주요한 흐름이다.
가장 최근 화제가 된 건 구찌와 아디다스의 협업이다. 구찌는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선보인 ‘익스퀴짓 구찌(Exquisite Gucci)’ 컬렉션을 통해 아디다스와의 협업 제품을 공식 패션쇼 무대에 올렸다. 이날 무대에는 아디다스 로고,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 디자인 등이 활용된 다양한 제품을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걸었다. 이날 행사는 구찌 공식 온라인 스토어,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라이브로 송출됐는데, 덕분에 구찌와 아디다스 협업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버버리도 이달 초 슈프림과 협업 제품을 출시했다. 버버리는 이번 2022 S/S 제품 중 트렌치코트. 다운 재킷, 데님 트러커 재킷, 데님, 스웨트 셔츠 등에 슈프림의 스트리트 스타일을 접목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특히 손흥민이 지난 22일 이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A매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버버리와 슈프림의 협업 제품인 분홍색 트렌치코트를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진중한 색감과 체크 패턴 등으로 유명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에서는 볼 수 없던 과감한 스타일이었다.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명품 브랜드의 과감한 협업은 패션에만 그치지도 않는다. 수트로 유명한 톰 브라운은 지난 2020년 삼성전자와 협업했다. 당시 양사는 삼성의 ‘갤럭시 언팩 2020’ 행사를 통해 일반적인 Z플립에 톰 브라운 특유의 배색을 덧댄 ‘갤럭시 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을 공개했다. 또 이듬해인 2021년에도 ‘갤럭시 Z폴드3 톰 브라운 에디션’, ‘갤럭시 Z플립3 톰 브라운 에디션’ 등을 출시하며 또 한 번 협업했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와 대중적인 브랜드가 협업하는 배경에는 MZ 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성과 특별한 경험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아무나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의 이미지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젊은 층은 중장년 층에 비해 소비 여력이 약한 편이지만, 대중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가격을 낮추면서 젊은 층이 자사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MZ 세대가 젊은 나이에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면서 미래 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MZ 세대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협업 마케팅’에는 대중적인 브랜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평소 협업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질적인 두 브랜드가 협업을 하며 MZ 세대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가령 지난 2018년 패션 회사인 게스는 제약회사 동화약품의 소화제인 ‘까스활명수’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 당시 게스는 티셔츠 4종, 데님팬츠 1종, 데님백 1종으로 구성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게스와 가스활명수를 조합한 ‘게스활명수’라는 문구가 프린팅된 티셔츠가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게스와 가스활명수의 협업처럼 이색적인 조합은 ‘재미,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성공적인 협업 사례가 되기도 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다양한 브랜드가 새로운 파트너와 협업에 나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