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는 플랫폼 기업(네이버, 카카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에 의해 활용된다. 개인정보 데이터와 이에 기반한 소비 형태에 대한 통찰력은 이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중요한 재료가 된다. 상품이나 기업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개인 데이터를 사용하여 홍보하거나 고객을 유치하고, 선별된 소비자에게 특화된 경험을 보장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을 증대시킨다. 이제 데이터는 자본이나 인적 자원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성공을 위한 필수적 생산요소가 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면서 데이터 사용을 개선 및 지원하고 데이터를 새로운 경제에 필수적인 상품으로 변환하는 분석 기술 및 서비스를 탄생시키고 있다.
반면에 데이터 생태계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다. 정작 개인정보 데이터의 주인인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데이터가 어떻게 공유되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했는지 추적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의 데이터 침해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개인정보 데이터를 오용하거나 남용하면서 소비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듯 데이터 생산자와 데이터 소비자 간의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부당하며, 둘 간 불평등이 비정상으로 커지면 데이터 생태계의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따라서 데이터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데이터에 대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개인정보 데이터는 개인의 자산이 될 수 있고, 모든 자산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은 자기 데이터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고, 데이터의 내재적 가치를 활용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는 사적 책임하에서 보호되어야 하고, 처분이나 양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주권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소유권이며 자산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개인정보 및 데이터 통제권를 소비자 중심으로 재배치함으로써 데이터 생산자와 데이터 소유자 간의 비대칭적 권력구조를 수정해야 한다. 결국 모든 시장 참가자가 데이터 주권을 서로 존중할 때, 데이터 생태계는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규제기관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규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체계에서 개인은 데이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데이터 생산자는 자신의 전략적 목표에 따라 공유 방법과 조건을 결정해야 한다. 물론 데이터 생태계는 안전한 금고라는 의미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해야 한다. 즉, 소유자에게 키를 제공하고 동의한 데이터 공유의 추적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상품이나 서비스이용권)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주권에 대한 이러한 접근 방식은 디지털 사회의 부작용를 크게 개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주권의 이동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미국 데이터센터로 이동하여 불법적으로 오용되거나 남용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이전 합의는 2020년 EU 최고재판소의 판결로 무효가 된 바 있고, 이에 따라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러나 3월 25일 미국과 EU는 데이터 경제와 관련하여 ‘대서양 양안 데이터보호 체계’라는 예비협약을 체결하였다. 미국과 EU 간 새 정보보호 협약은 미국이 EU 시민들의 정보보호와 관련한 항소심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미국 법원은 독립적인 ‘데이터 보호 검토 법원’으로서 관련 사건들을 통합하고 해결방안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데이터 주권의 이동성에 대한 이번 협약은 데이터 경제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데이터 주권과 관련된 규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