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희망퇴직 제도 확대로 인력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저금리 등으로 업황이 악화한 데다 디지털 확대 및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비용 감축 압박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일 희망퇴직으로 15년 차 이상 인력 150명을 조정했다. 한화생명이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은 7년 만이다.
이번 희망퇴직에서 한화생명은 15년 차 이상 20년 차 미만 직원에게 24개월 치 평균임금을, 입사 20년 차 이상에게 36개월 치 평균임금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그간 한화생명은 '상시 전직지원'이라는 조기 퇴직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보상 조건을 강화해 이번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비용 절감으로 내년 도입되는 새 자본 규제에 대응하고, 직원들의 선택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자 한시적으로 상시전직 조건을 강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한화생명은 영업이익을 1조 원 가량 늘리며 삼성생명에 이어 '당기순이익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호실적에도 내년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적용을 앞두고 고정비 절감을 위해 선제적으로 인력감축에 나선 것이다.
앞서 다른 보험사들도 신청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거나 퇴직금을 더 주는 등 혜택을 확대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2월 퇴직 대상 범위를 기존 만 55세에서 40세까지로 확장해 총 250명이 퇴직했다. 교보생명은 올해 초 기존 상시 특별퇴직 제도 조건을 확대해 퇴직자를 받았다. 총 319명이 신청했으며, 이 중 286명의 퇴직이 확정돼 회사를 떠났다. 교보생명은 보상을 확대해 4년 치 월급에 최대 4000만 원(자녀 장학금, 전직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6월 2년 만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연령대를 30대까지 확대했다. 1983년생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됐다. KB손보는 기본급의 최대 36개월분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 등을 지급했고, 100명을 감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디지털전환 가속화에 따라 인력구조 조정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지난해 코로나 불황 속에도 보험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선제 대응 및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대대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