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줍줍’ 공식 이어지나…수도권 줄줄이 무순위 청약

입력 2022-04-05 17:00수정 2022-04-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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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빌 수유팰리스' 198가구
'송도럭스 오션 SK뷰' 129가구
서울·인천 무순위 청약 잇따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에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우뚝 서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수도권 청약 시장에서 고분양가 논란을 겪은 단지들이 어김없이 무순위 청약(줍줍)을 진행할 태세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이 여전히 계속되고, 집값 내림세가 이어지자 주택 매수심리가 저조한 탓이다. 이에 실수요자들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더 비싼 분양 단지에 발길을 끊으면서 수도권 핵심지역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일대에 들어서는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11일부터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이 단지는 지난달 2일 1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미달됐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면적 78㎡형도 최저 당첨 가점이 20점에 그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이후 2순위 접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진행했지만 단 18가구만 계약됐다. 이에 나머지 198가구가 무순위 청약 물량으로 나온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비싼 분양가다.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 78㎡형 분양가는 11억47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인근 ‘수유벽산1차’ 아파트 전용 84㎡형의 시세는 최고 8억2000만 원 선이다. 수유벽산1차가 29년 차를 맞은 노후 단지임을 감안해도 더 작은 평형의 칸타빌 수유팰리스 분양가보다 시세 기준으로 3억2700만 원 저렴하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아무리 주변에 신축 단지가 귀하다고 하더라도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가가 너무 비쌌다”며 “대출도 안되는 데다 나홀로 아파트에 초역세권 단지도 아니라서 계약 성적이 저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아울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도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왔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럭스 오션 SK뷰’는 11일부터 129가구 무순위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이 단지는 총 1114가구 대단지로 이 중 무순위 청약 규모는 전체 물량의 10% 이상이다.

이곳 역시 청약 흥행 실패 원인으로 고분양가가 거론된다. 이 단지 전용 84㎡형 평균 분양가는 9억600만~9억19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중도금 대출 중단 기준인 9억 원을 모두 웃돈다. 이 단지 바로 옆에 들어선 ‘송도 자이 더스타’ 전용 84㎡형 분양가는 8억1490만 원부터 9억5540만 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본 청약 이후 예비 800번 대까지 계약 순서가 넘어오는 등 흥행 실패를 겪었다. 송도럭스 오션 SK뷰 역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9억 원’을 훌쩍 넘겨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송도의 최근 청약 성적 부진은 2019년 이후부터 지난해 초까지 들이친 ‘청약 광풍’과 비교하면 저조한 것이지 사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며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송도의 입지나 향후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수요자 위주로 접근해도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묻지마 청약’이 자취를 감췄다. 그 대신 분양가가 저렴하거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에만 실수요자가 몰리는 시장 양극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분양가 9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1금융권 중도금 대출 제한이 계속되고 있고, 올해부터 잔금 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돼 대출 문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지난해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에 따른 집값 하락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 매수심리가 저조한 것도 청약 시장 외면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시작으로 집값 급등이 재현될 여지도 남아있다. 이 경우 ‘묻지 마 청약’이 반복될 수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고가 주택 기준인 15억 원을 넘는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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