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달 통계청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6만7000원으로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2만 원)보다도 14.2% 상승한 것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전년 대비 8.4% 상승했고,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6.7시간으로 역시 1.5시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소득별, 지역별로 사교육비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소득별로는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와 200만 원 미만 가구 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5배 이상이다. 사교육 참여율의 차이는 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등 도시 지역이 대체로 사교육 지출액과 참여율이 모두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출액은 서울(64.9만 원), 경기(50.6만 원), 대구(50.5만 원)가 전체 평균(48.5만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특히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서울과 가장 적은 전남 간 격차는 30만 원 수준에 이른다. 참여율은 서울(81.5%), 세종(81.1%), 대구(79.1%), 경기(77.6%) 순으로 높았다.
사교육비 증가뿐만 아니라 공교육 관련 예산도 매년 수조 원씩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지방교육재정(시·도교육청)의 세입예산은 82조69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조8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보통교부금이 59조11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조5965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보통교부금이 내국세와 연동(내국세의 20.79%)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후 내국세는 계속 증가 추세가 전망되기 때문에 보통교부금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반면 학령인구(6~21세)는 2015년 755만8000명에서 2022년 641만7000명으로 100만 명가량 감소했다. 다시 말하자면 학생 수는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공교육 예산이 큰 규모로 늘고 있는데도, 오히려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매년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 증가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82조 원에 이르는 교육 예산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육 예산을 학생 수가 감소되고 있으니 일방적으로 줄이자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사회의 인적자원 형성 측면에서 다른 분야 예산과 성격과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중·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학령인구는 2030년 기준 594만 명으로 크게 감소하는 반면 교육 예산은 매년 5조~10조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육부는 적절한 예산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고치를 찍은 사교육비를 접하며 교육 예산이 헌법에 명시된 교육평등권 수호라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나아가 사교육비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데 한몫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소득이 많으면 비싼 사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출세의 황금 열쇠인 ‘학벌’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지위 상승, 부의 축적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2030세대의 분노는 이런 사회적 불평등과 맞닿아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의 증가는 학벌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사회 구성원과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학력과 학벌에 따른 과도한 임금격차·불평등 현상에 부모들은 자식의 사교육 지출에 주머니를 열 수밖에 없는 현실도 존재한다. 먼저 교육부는 사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우선 지원해야 하며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전면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정책뿐만 아니라 노동·사회정책의 근본적 수정도 필요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양질의 근로시장 구축이 병행되어야 사회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교육과 학벌주의 풍토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