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완화를 앞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추가 접종 대상자를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라 등장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현재 사용되는 백신 효과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접종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냔 의문이 제기된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4차 접종 대상자를 고령층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코로나19 확진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3차 접종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올 가을이나 겨울 재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접종 계획 수립에도 착수했다.
방역당국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하고, 4차 접종을 통해 중증화와 사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해외 일부 국가는 고령층 대상 4차 접종을 시작했다. 전날(현지시간) 프랑스는 4차 접종 대상 연령을 80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조정했다. 캐나다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4차 접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4차 접종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 방역당국은 “미국, 유럽 등의 4차 접종허용 및 기준 연령대를 결정한 이유와 배경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4차 접종 여부와 기준 연령대는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4차 접종 대상자 확대와 함께 올해 가을·겨울철 계절적인 영향으로 다시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한 백신 접종 계획 수립도 검토 중이다. 또한 2차 접종을 마치고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완치된 사람에 대한 3차 접종을 권고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 자문을 받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추가 접종 대책이 ‘포스트 오미크론’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아직 명확히 결론짓기 어렵다.
최근 이스라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 대상 4차 접종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는 4~8주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올해 1월 3일 이전까지 4차 접종을 하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되지도 않았던 60세 이상 고령층 125만 명의 감염 및 중증진행 위험을 분석한 결과, 4차 접종자의 감염 비율은 접종 후 4주까지 3차 접종자의 절반에 그쳤지만 8주가 지나면 3차 접종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만, 중증진행 예방 효과는 이보다 길게 유지됐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가 의학저널 랜싯(Lancet)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추가 접종자가 2차 접종 완료자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회복되는 시간이 나흘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16~99세 코로나19 환자 6만3000명을 분석한 결과, 추가 접종자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회복하는 기간은 4.4일, 2차 접종만 완료한 사람은 8.3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와 스텔스 오미크론에 이어 이들의 혼합 변이인 'XE'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지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에 기존 백신이 더 이상 효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또 다른 재조합 변이인 'XJ' 의심 사례까지 보고됐다. 이들 변이의 전염성이나 중증도, 백신 효과성에 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국내 도입되는 백신만 약 1억5000만 회분이란 점에서 방역당국은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오후에도 화이자 백신 206만4000회분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반면 접종에 관한 관심은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서 더욱 떨어지고 있다. 8일 0시 기준 3차 접종 완료자는 64.1%, 2차 접종 완료자는 86.7%로 1개월 전보다 각각 2.0%포인트, 0.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백신은 유효기간이 있어 제때 사용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폐기된 백신은 64만1368회분이며, 지난해 2월 이후 누적 폐기량은 233만2889회분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