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들썩이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85.33원에 달했다. 경유는 1908.19원으로 휘발유 가격과의 격차를 더 좁혔다.
체감 유류비용이 높은 것은 올해 들어 지속 상승한 국제유가에서 비롯했다.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에도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기름을 부었다.
그렇다면 원윳값은 어떤 원유, 무슨 기준을 토대로 정해질까? 정답은 국제 원유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백 가지의 원유 가운데 단 3가지 원유에서 결정된다.
‘3대 원유’라고 불리는 대표 유종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북해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원유다. 이들은 생산이 독점돼 있지 않다. 가격 형성 과정이 투명한 덕에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WTI는 미주, 브렌트유는 유럽, 두바이유는 아시아의 원유 가격을 각각 대표한다. 이 세 가지 유종의 원유 시세에서 일정액을 더하거나 빼면 나머지 원유의 가격이 결정된다.
3대 원유의 명칭은 모두 원유를 만들어내는 생산지와 관련이 깊다. 먼저 WTI는 미국의 서부 텍사스 일대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다. 특히 전 세계 원유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
품질이 좋은 원유로도 평가받는다. 품질은 황 함유량으로 결정되는데 WTI는 불순물인 황 함유량이 0.24%로 가장 적다. 휘발유와 나프타 등 고부가 가치가 유종을 많이 추출할 수 있다.
브렌트유는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 북해(北海)에서 나온다. 바다에서 추출하는 덕에 유통에 강점이 있다. 역시 황 함유량이 0.37%로 낮은 편이어서 WTI와 같이 저유황유로 분류된다.
그러나 곧 브렌트유를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부터 브렌트 유전의 매장량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정 등급의 유가 지표로서 브렌트유라는 이름은 계속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바이유의 경우 중동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되는 원유로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게 이 두바이유다.
두바이유는 선물로 거래되는 WTI, 브렌트유와 달리 중동권과 싱가포르에서 현물로 거래된다. 대부분 중동 국영석유회사와 해외 실수요자 간의 장기 공급 계약으로 유통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황 함유량(2.04%)이 높은 고유황유로 분류된다. 다른 유종보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지만, 기존 업체 정제 설비와의 호환성과 운송 비용을 고려할 때 아직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하고, 코로나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방역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 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20센트 떨어진 배럴당 96.0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16일 이후 최저치다.
브렌트유도 장중 98.45달러까지 하락해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밑돌았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97.41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데에는 2~3주의 시차가 있다. 따라서 4월 말 국내 휘발유 가격도 소폭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종전 20%에서 30%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인하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현재 유류세 인하 폭으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4원 떨어진 상황인데, 5월부터는 247원 인하 효과가 있다. 경유 할인액은 116원에서 174원으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