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누구 하나 웃지 못하는 배달 시장
배달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배달앱·배달 대행 업체·배달 기사’ 누구하나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치솟는 배달비에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플랫폼은 배달비 중 극히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간다는 입장이고, 대행 업체는 라이더가 부족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라이더들은 위험하고 불안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우아한 형제들은 입점업주들 사이에서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의 새 요금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지난 8일 해명을 내놓았다. 배민 측은 “음식점으로 1만원 짜리 주문이 들어갈 경우, 당사의 수수료 매출은 680원”이라면서 “이게 저희가 주문을 중개해드리며 입점업소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입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와 해외를 아울러 동종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된 요율”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코로나19 기간 플랫폼 수수료가 30%까지 높아졌고, 당국이 나서 15%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 측의 해명에도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민1으로 주문을 받으면 남는 게 없다며,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배민1을 아예 쓰지 말자는 움직임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모두 적자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757억 원이다. 전년 대비 6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직원들에게 지급한 주식보상비용(999억 원)때문인데, 이를 제외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쿠팡이츠는 구체적인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적자는 1조8039억 원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지역 배달대행업체 간의 합종연횡도 배달비 상승 요인으로 꼽는다. 업체 한 곳이 가격을 올리면 지역의 다른 업체들도 모두 따라 가격을 올리거나, 아예 한 업체로 합쳐지는 양상이다. 올해 초 지역의 대행 업체 간의 담합으로 힘들다는 자영업자의 청원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라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지역의 중소 배달업체들이 콜을 빨리 빼려고 기사를 합치면서 하나의 회사가 되고 있다. 이전에는 동네에 대행사가 여럿 있어 마음에 드는 조건을 제시하는 곳을 고르면 됐지만, 이제는 업체들이 합쳐져 하나의 회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대행 업계는 한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가 따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지 의도적인 담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라이더들이 더 많은 수익을 주는 곳으로 수시로 옮기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태식 배달대행연합 이사는 “저희 같은 작은 업체의 경우 큰 업체를 따라 어쩔 수 없이 금액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대행 업체 입장에서는 음식점주도 고객이다 보니 무조건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설립된 배달대행연합은 “중소 대행 업체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업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조직됐다.
반면 배달 기사들은 기본급 없이 건당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수입 체계 속에 불안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고소득을 올리는 라이더는 일부이며, 대다수 라이더들은 위험한 노동에 내몰린다는 설명이다. 산업재해 보험을 가입해도 ‘전속성’인정이 안돼 산재 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라이더들은 유류비 상승 등 각종 부담을 온전히 홀로 져야한다.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은 “아직도 번호판이나 계약서 없이 일을 하거나 10대들을 고용시키는 일부 악덕 업주(대행 업체)가 있다”면서 “산재보험 전속성 확대와 함께 라이더보호법·배달대행업체 등록제 도입 등 기사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