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유예ㆍ매집제한 '대립각'
양측 상생안 합의 도출 실패
중기부 "피해 실태조사 병행"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허용됐지만,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 간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미지정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길이 열렸다. 자율조정을 통한 양측간의 상생안 도출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기업의 연내 진출이 불발될 수 있어 주목된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고차 업계 등에 따르면 11일 대기업 현대·기아차와 중고차 업계의 자율조정 4차 회의가 개최됐지만,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회의는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중소벤처기업부 관가에서 진행됐으며, 민간조정심의위원 4명과 중고차 업계 대표 2명, 대기업 대표 2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업계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별 소득이 없었다”며 “대기업에서 어떠한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만 내세우니 합의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중고차 업계는 △3년의 유예기간 △대기업의 매집제한 등 두 가지 조건을 강력히 제안했다. 업계는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 매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허위·미끼매물을 100% 근절할 수 있어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또 매집제한과 관련해서 대기업이 시장점유율을 10%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기존에 신차 영업소를 통해 중고차 매물을 확보해오던 중고차 업계로서는 주요 매집 길이 끊길 수밖에 없어 매집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앞서 중고차 판매 관련 시장점유율을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5년·10만km 이내’의 자사 인증 중고차로 판매를 한정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중기부는 자율조정 민간위원들이 제시한 합의안에 대해 양측의 의견서를 받아본 뒤, 자율조정 회의 추가 진행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율조정회의와 동시에 사업조정심의를 위한 중고차 업계 피해 실태조사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상생안이 지속해서 도출되지 않는다면 실태조사 마무리 시점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일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차례 자율조정에서 양측이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진출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기부 사업조정심의위는 중고차 업계가 사업조정을 신청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조정안을 마련하는 등 결론을 내야 한다. 기한은 내년 1월까지로 자율조정이 결렬돼 사업조정심의위 개시가 지연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내년 초로 미뤄질 수 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달 17일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가했다. 다만 중기부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사업조정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이는 지난 1월 중고차 매매업계가 “현대차와 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아달라”며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것에 따른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