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가히 MBTI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각종 기업들이 자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흥미 삼아 진행했던 MBTI가 MZ세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면서 이를 기업의 채용, 조직 관리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 언론은 미국 포춘지 100대 글로벌 기업의 80%가 MBTI를 활용한다고 언급했다.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녀가 개인 성향을 확인하고 이들 성향에 가장 적합한 활용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고안한 16가지 성격 유형을 의미한다. 16가지 결과가 개인의 성향, 행동을 상세히 다루다 보니 특정 유형에 관한 사람들의 평가가 MBTI 활용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령, INFJ 유형은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유형이므로 해당 유형은 위험하다는 멘트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퍼져 있다. TV와 유튜브에서는 MBTI를 활용한 처세술과 조직 관리에 대한 불분명한 강연과 얘기가 넘쳐난다. 일부 전문가들은 MBTI를 지나치게 활용하는 대신 적절한 참고사항으로 고려하라는 조언까지 하고 있다.
이쯤에서 MBTI가 정말 신뢰도 높은 진단검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는 현재 구성원의 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MBTI와 함께 DISC 성격 진단 등을 병행하고 있지만 관련 검사는 모두 심리학, 조직행동 연구 등에서 타당도와 신뢰도를 인정받지 못했다. 즉, MBTI 자체가 불완전한 지표이기에 이를 신뢰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MBTI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이 있으나 카를 융조차 자신의 저서에서 MBTI는 완벽한 진단검사가 될 수 없다고 이미 평가한 바 있다. 세계적인 사회심리학 학술지에서 MBTI 결과를 토대로 조직 관리 및 대인관계를 학습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연구는 단 한 편도 없다.
다수의 심리학, 교육학 연구는 MBTI가 불완전한 진단검사이기에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부정적 평가를 이미 내렸다. 1996년 성격 및 개인 차이(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런던대 심리학과 펀햄 교수는 MBTI는 개인 성향을 모두 포괄할 수 없는 미완성 진단도구이기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1993년 교육연구 학술지(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에 MBTI의 활용도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논문에선 MBTI는 타당도가 현저히 부족해 이를 토대로 심리연구, 사회생활, 개인의 성향을 확인할 수 없다는 평가까지 내렸다. 그런데도 이를 중요한 참고사항으로 살펴보라고 누군가가 조언한다면 해당 얘기는 한 귀로 흘려들어도 괜찮다.
경영학, 심리학, 교육학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개인 성향검사는 Big-5 진단검사이다. 사람의 성향을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으로 설명하는 이 진단검사는 현재까지도 다수의 연구에서 폭넓게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고 기업의 조직 관리와 리더십, 교육훈련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MBTI가 Big-5 성격 진단보다 훨씬 높고 넓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그 결과가 직관적이고 16가지 결과를 통해 사람들의 성향, 행동을 세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MBTI의 시초인 융부터 다수의 학자는 해당 지표는 완성도가 높지 않고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혈액형으로 개인 성향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얘기가 최근 MBTI라는 지표로 대체된 느낌이다. 혈액형과 MBTI는 흥미 있게 읽어볼 수 있는 소재는 될 수 있으나 신뢰도와 타당도가 없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MBTI 결과를 과하게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아직 MBTI는 믿을 것도 활용할 것도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