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9세의 검사장급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맞설 ‘반전카드’를 뽑은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수완박 강행으로 검찰이 수사권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이 되자, 특별검사 수사 결정권과 인사권 등의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에 측근을 앉히는 초강수를 택했다는 것이다.
한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이자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꼽힌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이후 한 후보자를 최연소 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을 맡겼다.이 때문에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 취임후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 등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검수완박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를 뛰어넘는 파격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은 형사소송법 196조에 규정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단서 조항들도 모두 삭제된다. 또 형사소송법 197조 3항을 신설해 검사의 예외적 수사권을 규정하고, 경찰이나 공수처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된 범죄를 비롯한 일부 사안으로만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신설 규정에 명시된 일부 범죄를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를 개시하거나 종결할 수 없게 된다. 경찰 송치 사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보완 수사나 시정 요청을 할 수 있을 뿐, 직접 보완 수사를 벌일 수는 없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사실상 수사기관으로서 역할을 내려놓고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만 하게 된다.
검찰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는 만큼 일선 검사들을 지휘하는 검사장의 힘도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다르다. 법무부 장관은 특검 수사 결정권, 검찰 인사권 등을 갖는다. 특히 윤 당선인이 대통령실에 민정수석비서관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검찰인사는 오롯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몫이 된다. 현행 검찰청법에서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을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는데, 통상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3자 협의로 주요 보직을 정해왔다.하지만 윤 당선인 취임 후 민정수석이 사라지면 한 후보자는 검찰총장과의 협의만으로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20기인 김오수 현 검찰총장보다 한참 후배다.김 총장은 그동안 공언한대로 내년 5월까지인 임기를 채우려면 ‘기수역전’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검찰 인사는 6월 말~7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정식 임명되면 7기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당장 검찰인사 협의부터 해야하는 상황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한 특검 실시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특검법 2조는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을 국회가 의결한 사건 외에도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검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13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에도 “그 법은 국민을 위해 통과돼서는 안 되는 법”이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검찰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효율적으로 실력 있게, 법과 상식에 맞게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면서 “검찰은 몇백 년 이어져 온 곳이기 때문에 새로 할 것이 없다”고 했다. 이런 그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증’을 벼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