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양적긴축 기조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 현상이 겹치며 환율과 주가, 경상수지가 연일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 전반의 외국인 배당송금 이슈 파장이 우려된다. 전통적으로 매년 4월 외국인 배당송금 역송금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 현금배당 규모는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 상향으로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 배당금이 지급되는 15일이 고비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분기별 배당인 1083원(우선주 1083원)을 포함해 주당 361원(우선주 362원)을 지급한다. 총배당금은 9조8094억 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보통주 51.91%, 우선주 74.56%)을 적용하면 외국인 배당금 비율은 13.66%(1조3407억 원)에 달한다.
이 밖에 △KB금융(외국인 배당금 6316억 원) △SK하이닉스(5487억 원) △하나금융지주(4864억 원) △삼성화재(2745억 원) △우리금융지주(1638억 원) △LG(1585억 원) △삼성물산(1169억 원) △삼성증권(994억 원) 등도 수급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인다.
매년 4월 외국인 배당송금 규모는 해마다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0년 7억4600만2000달러 수준이었던 4월 외국인 배당금은 지난해 53억400만9000달러로 약 7.1배 급증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증권사의 평균 외국인 배당 지금액은 25억6300만6000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배당송금 규모가 커졌다는 건 곧 외화 유출량이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지표는 환율이다. 실제로 2019년 4월 1일 1133.70원으로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1168.2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긴축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당분간 ‘원화 약세ㆍ달러 강세’ 현상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하며 1981년 12월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유동성을 적극 흡수하는 양적긴축에 대해서도 이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을 하고 6월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며 보다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협상 역시 교착 상태에 빠지며 달러화는 강세로 마감했다.
같은 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0.1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어선 것은 장 마감 기준으로 2020년 5월 15일(100.434)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면 지난 1월 4일 1188.80원으로 출발한 1달러당 원화 가치는 4월 12일 1236.20원까지 치솟으며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환 자금 이탈에 따른 원화 약세는 수입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지난 달 적자로 전환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수출 규모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수입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적자 행진을 보인 후 2월 흑자로 전환했으나 국제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를 냈다.
한편 외환 자금 이탈은 최근들어 부쩍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국내 증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투데이 취재 결과, ‘역대 4월 코스피 등락률’은 △2012년 4월 -1.59% △2013년 4월 -2.04% △2014년 4월 -1.2% △2016년 4월 -0.0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