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주식매수가격은 합병 영향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던 시점 기준인 1주당 6만6602원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4일 삼성물산 등이 법원의 주식매수가격 결정에 불복해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합병했다. 당시 금융투자사들은 합병이 공시되기 전부터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가 분석자료를 냈다. 이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게, 제일모직 주가는 높게 형성돼야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삼성물산 일부 주주들은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를 청구했다. 주식매수가격을 두고 삼성물산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법원에 가격 결정을 청구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1주당 5만7234원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제시했다.
1심은 주식매수가격을 5만7234원으로 판단했다. 합병 관련 이사회 결의 전날인 2015년 5월 시장주가를 기초로 산정했다.
반면 2심은 주식매수가격을 6만6602원으로 봤다. 합병 관련 이사회 결의의 무렵 시장주가는 삼성물산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다. 2심 재판부는 제일모직 신규상장일 전일(2014년 12월)이 시장주가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합병 사실이 공시되지 않았으나 그 전에 이미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이 합병을 예상하면서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 주가는 합병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제일모직의 신규상장으로 합병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이후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합병 영향으로 공정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경우 합병 관련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은 삼성물산 주식의 공정한 매수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어 “결국 신청인들의 주식매수권 행사 시기와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서 합병 영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때는 합병 가능성이 구체화된 제일모직 신규상장 무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원심은 삼성물산이 이재용 측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진하게 했거나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출 의도로 삼성물산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므로 이를 판단의 근거로 삼은 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합병반대에 따른 주식매수가격이 공정한 가액으로 신중하게 산정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