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가 둔화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14일 발간한 ‘최근 신흥국 증권자금 유출 통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채권자금은 2억 달러(약 2449억 원)로 2월(33억 달러)에 비해 큰 폭 축소됐다. 이는 2020년 12월 이후 최소 유입액이다.
주식자금의 경우 원자재 의존도, 지정학적 리스트 등 국가별 요인에 따라 상이한 흐름이 나타났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브라질, 사우디, 남아공 등은 견조한 유입세를 나타낸 반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는 자금흐름이 악화됐다.
또 유출국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비해 아직까지 규모는 작은 편이나, 중국과 대만은 팬데믹 직후 유출 규모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지난달 7.1억 달러(약 8693억 원), 대만은 9.4억 달러(약 1조1510억 원) 유출되며 코로나 19 직후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유출됐다.
반면, 채권자금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상승이라는 공통적 요인이 작용하며 유출세가 확대됐다. 한국은 3월 중에도 외국인 순투자는 지속했지만, 유입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과거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등 글로벌 위험회피 국면에서도 자금 유입은 지속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원화채 유출 압력이 과거 대비 증대됐음을 뜻한다.
2020년 3월 기준 외국인 채권자금은 29억 달러(약 32조5516억 원) 유입되면서, 직전 해(2019년) 평균 13억 달러(약 1조5921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채권 자금 순유입폭의 축소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채권 전반에 대한 투자유인이 저하되고, 내외금리차와 원화채 매수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술위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초저금리 환경에서 국내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 여건), 원화채의 고금리ㆍ고신용등급 특징 등으로 차별화된 수요가 유지되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금리상승으로 채권 투자유인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비중은 9.5%로 과거 대비 높아짐과(2021년초 7.3%, 2020년초 6.8%) 동시에 유사시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 가능성 역시 커졌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한국의 경우, 지난 2년 간의 주식 자금 유출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지속적인 원화채 투자가 국내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며 "이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압력 확대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